2025/08 89

소나기 명언 - 황 순원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큰 꽃묶음 같다. 어지럽다. 그러나, 내리지 않으리라. 자랑스러웠다. 이것만은 소녀가 흉내 내지 못할, 자기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쁠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근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은 머지? 마타리 꽃 돌다리 건너에서 소녀를 보며 건너오지 못하는 소년에게 조약돌을 던지며...." 바보~!! " "넌 왜 그렇게 용기가 없니? 좋아한다고 말하라는 거 아니잖아. 그냥 인사도 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왜 말도 못 하고.. 일부러 ..

카테고리 없음 2025.08.14

어떤 기도-이해인

적어도 하루에 여섯 번은 감사하자고예쁜 공책에 적었다하늘을 보는 것 바다를 보는 것숲을 보는 것만으로도고마운 기쁨이라고 그래서 새롭게노래하자고..먼 길을 함께 갈 벗이 있음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기쁜 일이 있으면 기뻐서 감사하고슬픈 일이 있으면 슬픔 중에도 감사하자고그래서 다시 새 힘이 생긴다고내 마음의 공책에 오늘도 다시 쓴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14

가을이 돌아오다-박동수

채 마르지 않는 땀방울 뜨거운 가슴에 낯선 바람이 열기를 식히기엔 아쉬운 기억을 음미하기도 전에가을은 그렇게 돌아오다녹색의 숲을 태우던 열정미처 식히지 못한 날찬기운이 열기를 몰아내고싸한 바람에 황량한 거리로 몰려야 하는 쓸쓸한 여름이제 가슴 깊숙한 곳에서공허의 구멍이 뚫리고채울수록 허기지는 낙엽들이 이별의 곡예를 하는 슬픈 계절 아쉬움을 담은 가을이 온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14

아픈 날의 노래 - 이해인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지만몸이 아프니 마음도 따라 아프네요 아프다 아프다 아무리 호소해도나 아닌 다른 사람은그 아픔 알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당연하니 이해 해야지 하면서도왜 이리 서운한 걸까요 오래 숨겨 둔 눈물마저 나오려 하는 이 순간나는 애써 웃으며 하늘의 별을 봅니다 친한 사람들이 많아도 삶의 바다에 서면결국 외딴 섬인 거라고고독을 두려워하면 죽어서도 별이 되지 못하는 거라고열심히 나를 위로하는 별 하나의 엷은 미소 잠시 밝아진 마음으로 나의 아픔을 길들이는데오래 침묵하던 하느님이 바람 속에 걸어와나의 손을 잡으십니다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기는 왠지 죄송해서그냥.... 함께 별을 보자고 했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14

복숭아(도천桃天)-시경

작고 고운 복숭아나무 탐스러운 꽃이로다 이 아가씨 시집가면 그 집 안이 화목하리작고 고운 복숭아나무 주렁주렁 열매 맺네 이 아가씨 시집가면 그 집 안이 화목하리작고 고운 복숭아나무 그 잎사귀 무성하네 이 아가씨 시집가면 그 집 안이 화목하리*시집가는 아가씨를 축하해 주는 노래이다. 복숭아꽃은 분홍색이다. 시집가는 아가씨의 분홍빛 뺨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桃之夭夭 灼灼其華之子于歸 宜其室家桃之夭夭 有蕢其實之子于歸 宜其家室桃之夭夭 其葉蓁蓁之子于歸 宜其家人

카테고리 없음 2025.08.14

파스텔톤 '노을'의 파노라마

2025년 8월 12일 저녁 온 하늘을 화판(畵板) 삼아 펼쳐진 '파스텔톤 '노을'의 파노라마' 그 장관에 입이 딱 벌어진다. 감동이다 한 화면에 다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넋 놓고 장관을 즐기다 보니 노을빛이 검은구름으로 변색(變色) 비를 부르는 전조가 되며 바람을 부른다.2025년 8월 12일 자정을 넘긴 밤 삼경 잠결 빗소리 천둥소리에 눈을 떠 어제의 감동 과 행복을 음미하며 글을 적는다.2025년 8월 13일 아침비가 많이 내립니다.바람도 붑니다.호우경보 메시지도 뜨네요끈 피해 없기를 기원합니다.-시뜨락(詩庭)

카테고리 없음 2025.08.13

메뚜기(종사螽斯)-시경

메뚜기가 날개치며 스륵스륵 모여드네 마땅히 네 자손은 끝없이 번성 하리메뚜기가 날개치며 붕붕대며 날아드네 마땅히 네 자손은 끝없이 이어 지리메뚜기가 날개치며 치륵치륵 모여드네 마땅히 네 자손은 끝없이 많으 리라*메뚜기는 한번에 99개의 알을 깐다고 하는데, 이에 비유하여 자손이 많기를 비는 노래이다.螽斯羽洗洗兮 宜爾子孫振振兮螽斯羽薨薨兮 宜爾子孫繩繩兮螽斯羽揖揖兮 宜爾子孫蟄蟄兮*螽斯 종사 (螽 메뚜기 종 斯 이 사)1.메뚜기, 베짱이, 여치를 통틀어 이르는 말.2.여치가 한 번에 99개의 알을 낳는 데서, 부부(夫婦)가 화합(和合)하여 자손(子孫)이 번창(繁昌)함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메뚜기.여치.베짱이

카테고리 없음 2025.08.13

월야 (月夜)-신경림

달빛은 아름답고 고운 것들만 골라 강변과 들판과 강기슭에 늘어놓고나는 달빛이 감춘 더럽고 추한 것들만 찾아 다니다가 그 그늘에 늘어놓고달빛은 추하고 더러운 것들을 자꾸만 지우고나는 그것들을 자꾸만 늘어놓고달빛은 부드럽고 애틋한 소리만 골라강변과 들판과 강기슭에 가득 채우고나는 사납고 음산한 소리만 찾아그곳을 떠돌게 하고달빛은 강변에 내려와 스스로 아름답고 고운 것이 되고 나는 달려가 굳이 추하고 음산한 것이 되고 마침내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이 어우러져달빛과 내가 하나로 어우려져

카테고리 없음 2025.08.12

가지 늘어진 나무(규목樛木)-시경

남산에 늘어진 나무 칡덩굴이 휘감았네 즐거워라 군자여 복록이 편안 하네남산에 늘어진 나무 칡덩굴이 뒤덮였네 즐거워라 군자여 복록이 도와 주네남산에 늘어진 나무 칡덩굴이 감겨 있네 즐거워라 군자여 복록이 이룬 다네*남을 축복해 주는 노래이다. 가지가 많이 늘어진 나무에 칡덩굴이 얽혀 있는 것처럼 상대방이 그처럼 무성하게 번창하길 비는 노래이다.樛木南有樛木 葛藟纍之 樂只君子 福履綏之南有樛木 葛藟荒之樂只君子 福履將之南有樛木 葛藟榮之樂只君子 福履成之*樛: 휠 규 .휘다 늘어지다 구불구불하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