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 125

그리움-조지훈

머언 바다의 물보래 젖어 오는 푸른 나무 그늘 아래 늬가 말없이 서 있을 적에 늬 두 눈썹 사이에 마음의 문을 열 고 하늘을 내다보는 너의 영혼을 나는 분명히 볼 수가 있었다늬 육신의 어디메 깃든지를 너도 모르는 서러운 너의 영혼을 늬가 이제 내 앞에 다시 없어도 나는 역력히 볼 수가 있구나아아 이제사 깨닫는다 그리움이란 그 육신의 그림자가 보이는 게 아니라 천지에 모양 지을 수 없는 아득한 영혼이 하나 모습 되어 솟아오는 것임을머언 바다의 물보래 젖어 오는 푸른 나무 그늘 아래 늬가 말없이 서 있을 적에 늬 두 눈썹 사이에 마음의 문을 열 고 하늘을 내다보는 너의 영혼을 나는 분명히 볼 수가 있었다늬 육신의 어디메 깃든지를 너도 모르는 서러운 너의 영혼을 늬가 이제 내 앞에 다시 없어도 나는 역력히 볼..

카테고리 없음 2025.08.23

별 헤는 밤-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카테고리 없음 2025.08.23

저녁은-허형만

어떤 이는 돈에 목말라 하고 어떤 이는 사랑에 목말라 하고 어떤 이는 권력에 목말라 하고 그렇게 목말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금처럼 저녁은 시원한 바람을 강물처럼 풀어 놓는다 지금처럼 저녁은 목말라 하는 자들을 잠 재운다 어찌 어찌 숨어 있는 야생화처럼 영혼이 맑은 삶들만 깨어 있어 갈매빛 밤하늘 별을 무슨 상처처럼 어루만지고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23

기다림은 보이지 않는다-서정윤

기다림은 보이지 않는다 - 서정윤기다린다.죽음을 위해 손 내밀지 않으며목숨을 지키려고 애걸하지 않는다.다만마지막 추수가 끝난 들판에는눈이 내릴 것을 알고기다리며설익은 나를 흔드는 바람에버티고 섰다. 그래 아직도 기다린다.이미 정해진 인연의 '그'라면햇살 따가운 들판에서나를 추스르며 견딜 수 있고새들이 유혹에도 초연할 수 있다. 아직 나를 찾지 못한 그와 연결된가느다란 끈을 돌아보며순간순간 다가오는 절망조차아름답게 색칠을 한다. 그리움은 늘 그대를 향해 달려가고내 기다림의 가을은 보이지 않는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23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천양희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천양희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 하면서나는 그만그 산 넘어버렸지요.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 하면서나는 그만그 강 넘어버렸지요.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 하면서나는 그만그 집까지 갔지요.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 하면서나는 그걸 위해다른 것 다 버렸지요.그 땐 슬픔도힘이 되었지요.그 시간은저 혼자 가버렸지요.그리움은돌아갈 자리가 없었지요.

카테고리 없음 2025.08.23

풀벌레(초충草蟲)-詩經國風召南

풀벌레(초충草蟲)-시경 국풍 소남편풀벌레는 울어대고 메뚜기는 뛰어노네 당신을 보지 못해 내 마음 답 답해라 당신을 본다면 당신을 만난다면 내 마음 가라앉겠네저 남산에 올라가서 고사리를 뜯었지요 당신을 보지 못해 내 마음 애 달파라 당신을 본다면 당신을 만난다면 내 마음 기쁘리라저 남산에 올라가서 고비를 뜯었지요 당신을 보지 못해 내 마음 서글 퍼라 당신을 본다면 당신을 만난다면 내 마음 평안하리*부인이 부역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이다. 풀벌레가 울고 메뚜기가 뛰는 계절은 가을이고 고사리와 고비를 뜯는 계절은 봄이다. 그렇다면 남편이 이미 일년이나 집에 돌아오지 못한 셈이다. 시절이 시시각각으로 흘러가는 변화 를 보고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하였다.草蟲嘤嘤草蟲 超超阜备 未見君子 憂心忡忡 亦既..

카테고리 없음 2025.08.22

黍苗-詩經小雅魚藻之什

芃芃黍苗 陰雨膏之 봉봉서묘 음우고지悠悠南行 召伯勞之 유유남행 소백로지我任我輦 我車我牛 아임아련 아거아우我行旣集 蓋云歸哉 아행기집 합운귀재我徒我御 我師我旅 아도아어 아사아려我行旣集 蓋云歸處 아행기집 개운귀처肅肅射功 召伯營之 숙숙사공 소백영지烈烈征師 召伯成之 열렬정사 소백성지原隰旣平 泉流旣淸 원습기평 천류기청召伯有成 王心則寧 소백유성 왕심즉녕우거진 기장 싹이 오랜 비로 기름지네멀고 먼 남행을 소백이 위로하셨다네우린 짐에 손수레도 수레에 소도 끌었지남행은 이미 이뤘고 어찌 가자 하지 않는가걷거나 가마 몰며 큰 무리로 작은 무리로남행이 끝났는데 돌아갈 곳 말하지 않는가빈틈없는 사읍의 업적 소백이 다스렸네당당한 남행의 군대를 소백이 성사시켰네땅도 다스렸고 물줄기도 정리하셨네소백이 완성하니 왕의 마음은 곧 편안하네..

카테고리 없음 2025.08.22

피천득 / 인연 中

얼마나 고운 인연이기에우리는 만났을까요.내 숨결의 주인인 당신을 바라봅니다.내 영혼의 고향인 당신을 바라봅니다.피고지는 인연이 다해도기어이 마주할 당신이기에머리카락 베어다 신발 만들어드리고픈 당신이기에영혼을 불밝혀 그대에게 드리나니부디 한 걸음도 헛되지 않기를살아가고 숨쉬는 날의꿈같은 당신이기에마른 하늘 보담아꽃피울 당신이기에그립다 말하기 전에가슴이 먼저 아는 당신이기에애닯다 입열기 전에마음이 먼저 안긴 당신이기에소망의 노래로당신위해 기원하나니이 인연이 다하고나도당신앞에 다시 서게 하소서- 피천득 / 인연 中 -

카테고리 없음 2025.08.21

흰쑥(채번采蘩)-詩經國風召南

흰쑥을 뜯었지요. 못가에서 물가에서 어디에다 쓰냐고요 공후의 제사 라네흰쑥을 뜯었지요 산골짜기 시내에서 어디에다 쓰냐고요 공후의 사당 이네가채 단정히 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제사보고 가채한 이 많으니 돌아간다 말하네*제후의 부인이 제사지낼 때 부른 노래이다. 于以采蘩 于沼于让 于以用之 公侯之事于以采蘩 于潤之中 于以用之 公侯之宮被之僮僮 夙夜在公 被之祁祁 薄言還歸*被(피) : 은 장식 즉 머리꾸미개라 하였다. 가채=다리采:풍채 채/캘 채 蘩:산흰쑥 번僮:아이 동 祁:성할기 夙:이를 숙夙夜숙야: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가체(加髢) 혹은 다리, 다래는 일종의 가발로, 근대 이전 한국의 여성들이 사용하였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여성들과 기생들이 가체를 사용하였다. 서양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당시의 여성들도 더 크..

카테고리 없음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