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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 정호승

꿈 - 정호승 푸른 달밤이었다그는 흰옷을 입고 있었다한 손에 칼을 쥐고또 한 손에 사람의 머리를 들고 있었다나는 무서워 한걸음 뒤로 물러섰으나그는 성큼 다가와 내게 소원을 물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다시 성큼 다가와 들어갔다가나뭇가지에 걸려 있을 때였다나는 그 달을 바라보며시인이 되기보다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바로 그때였다높이 칼을 들어 그가 대번에 내 머리를 잘라버리고손에 들고 있던 새 머리를 내 목위에 척 얹어주었다참으로 순식간의 일이었다그는 잘라낸 내 머리를 다시 한 손에 들고어디론가 달빛 따라 길을 가고 있었다그의 손에 매달려가는 내 머리가몇번이나 나를 돌아보고 있었다

카테고리 없음 2026.09.06

9월 - 오 세영

9월 - 오 세영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9월은 그렇게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하늘 냄새가 나다.문득 고개를 들면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 데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6.09.06

꽃구경-박지원 朴趾源

꽃구경-박지원 朴趾源지는 해 어느새 넋을 거두니 위는 밝고 아래쪽은 고즈넉하다.꽃 아래 노니는 수많은 사람 옷과 수염 제가끔 같지가 않네.斜陽悠斂魂 上明下幽靜 사양숙렴혼 상명하유정 花下千萬人 衣鬚各自境 화하천만인 의수각자경숙悠: 재빨리, 어느새, 염혼斂魂: 넋을 거두다. 해가 졌다는 뜻. 유정幽靜: 그윽이 고요하다. 의수衣鬚: 의복과 수염. 자경自境: 자신만의 경계를 지 녔다는 뜻.서산에 걸린 붉은 해는 마치 뒤에서 누가 당기기라도 하듯 순식간에 붉은 넋을 거두고 만다. 해 넘어간 서산마루는 여태도 뒤편에서 쏘는 잔광으로 밝은 빛이 남아 있다. 어느새 땅거미가 짙게 깔렸다. 봄 한철 필운대로 꽃놀이를 나왔다. 짧은 봄날이 아깝다고 도성의 벗님네들 불콰해진 얼굴들을 하고 붉은 꽃잎 아래 삼삼오오 모여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6.09.06

지금 하늘을 보세요 - 오 광수

지금 하늘을 보세요 - 오 광수당신이 힘들고어려우면 하늘을 보세요.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파란 하늘에서 뿌려주는파란 희망들이당신의 가슴속에한 겹 또 한 겹 쌓여서넉넉히 이길 힘을 만들고 있습니다.당신이 슬프고괴로우면 하늘을 보세요.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수많은 별들이 힘을 모아은하수 물가지고당신의 슬픔들을한 장 또 한 장 씻어서즐겁게 웃을 날을 만들고 있습니다.당신이 외롭고허전하면 하늘을 보세요.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둥실 흘러가는 구름들이어깨동무하며당신의 친구 되어힘껏 또 힘껏 손잡고도우며 사는 날을 만들고 있습니다.당신이 용기가 필요하면하늘을 보세요.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는새날의 태양이당신의 길이 되어환히 더 환히 비추며소망을 이룰 날을 만들고 있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6.09.05

고독을 위한 의자 - 이해인

고독을 위한 의자 - 이해인 홀로 있는 시간은쓸쓸하지만아름다운 호수가 된다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 속의 나를조용히 들여다 볼 수 있으므로여렷 속에 있을땐미처 되새기지 못했던삶의 깊이와 무게를고독속에 헤아려 볼 수 있으므로내가 해야 할일안 해야 할 일 분별하며내밀한 양심의 소리에더 깊이 귀 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혼자 있는 시간이야 말로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여럿 속의 삶을더 잘 살아내기 위해고독속에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