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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윤동주

자화상-윤동주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 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 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없어집니다.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 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 나이가 있읍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06

오랜 침묵 후에-예이츠

오랜 침묵 후에 하는 말 다른 연인들 모두 멀어지거나 죽었고무심한 등불은 갓 아래 숨고 커튼도 무심한 밤을 가렸으니우리 예술과 노래의 드높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함이 마땅하리육체의 노쇠는 지혜, 젊었을 땐 우리 서로 사랑했으나 무지했어라시:오랜 침묵 후에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 1865-1939, 아일랜드 시인, 극작가)그림:Arthur Hac kerEnglish classicist pa interborn 1858 - died 1919

카테고리 없음 2025.09.06

나는 그대에게 만은 꽃이고 싶다 -임윤주

나는 그대에게 만은 꽃이고 싶다-임윤주나이가 아무리 많아도나는 그대 앞에서는 어여쁜 꽃이고 싶다검은 머리가 하얗게 변해가도나는 여전히 그대만의 꽃이고 싶다이마의 주름이 늘어나고탄력 잃어가는 모습이 되어도나는 여전히 그대에게만은 꽃이고 싶다햇살이 반짝이는 날엔햇살보다 빛나는 내가 되어그대와 함께 거닐고 싶다눈이 내리는 날엔 따스한 커피처럼그대 안에 온기 되어 따스함을 전해주고 싶다바람이 솔솔 부는 날엔푸른빛 오솔길을 두 손 꼭 잡고 다정히 거닐고 싶다언제나 어디서나보고 싶은 얼굴이 나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내가 지금 그러하듯이그대 역시 그러했으면 참 좋겠다- 임윤주 시인 -

카테고리 없음 2025.09.06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 나희덕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 나희덕세상이 나를 잊었는가 싶을 때날아오는 제비 한 마리 있습니다이젠 잊혀져도 그만이다 싶을 때갑자기 날아온 새는내 마음 한 물결 일으켜놓고 갑니다그러면 다시 세상 속에 살고 싶어져모서리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지만제비는 내 안에 깃을 접지 않고이내 더 멀고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지만새가 차고 날아간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그 여운 속에서 나는 듣습니다당신에게도 쉽게 해지는 날 없었다는 것을그런 날 불렀을 노랫소리를

카테고리 없음 2025.09.06

나의 꿈-한용운

나의 꿈-한용운당신이 맑은 새벽에 나무 그늘 사이에서 산보할 때에, 나 의 꿈은 작은 별이 되어서 당신의 머리 위에 지키고 있겠 읍니다.당신이 여름날에 더위를 못 이기어 낮잠을 자거든,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당신의 주위에 떠돌겠읍니다.당신이 고요한 가을밤에 그윽히 앉아서 글을 볼 때에, 나의 꿈은 귀뚜라미가 되어서 책상 밑에서 '귀똘귀똘'울 겠읍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06

사랑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 ... 김현태

사랑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 ... 김현태여태 살면서누군가를 사랑했느냐고바람이 당신에게 묻는다면새벽기차를 타고 주저없이 떠나라.차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간 허수아비를 사랑했고,저 만치서 따라오는 구름 향기를 사랑했고,손톱 끝을 갉아 먹는 봉숭아 꽃물을 사랑했으며,덜컹거리는 그대 안에서이름 모를 소녀의 눈망울을 사랑했었노라고 말하여라.그러고도다시 바람이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했었느냐고따지듯 또 다시 묻는다면그때는 주저없이 당신의 무릎을 바쳐라.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할 수 있음을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살 수 있음을그리하여 다 퍼주고,다 바쳐도 아깝지 않음을 하염없이 고백하여라.그러고도또 바람 같은 그 사람이당신에게 누군가를진정으로 사랑했었느냐고 다시금 묻는다면그때는 뒤돌아보지 마라.이제는 먼 길을 떠나지 마라..

카테고리 없음 2025.09.06

綠衣-詩經國風邶風

綠兮衣兮 綠衣黃裏 녹혜의혜 녹의황리心之憂矣 曷維其已 심지우의 갈유기이綠兮衣兮 綠衣黃裳 녹혜의혜 녹의황상心之憂矣 曷維其亡 심지우의 갈유기망綠兮絲兮 女所治兮 녹혜사혜 여소치혜我思古人 俾無訧兮 아사고인 비무우혜絺兮綌兮 淒其以風 치혜격혜 처기이풍我思古人 實獲我心 아사고인 실획아심녹색에 옷이라고? 녹색 옷에 황색 속옷?마음이 괴롭구나! 어찌 멎을런가?녹색에 옷이라고? 녹색 옷에 황색 치마?마음이 괴롭구나! 어찌 잊을런가?녹색을 흰실에? 네가 한 것이라고?나는 옛 사람을 생각하며 허물없으려 하네고운 갈포! 굵은 갈포? 바람이 찬데?나는 옛 사람을 생각하며 실로 마음을 붙잡네綠衣(녹의) : 은 綠은 間色(간색) 즉 파랑과 노랑의 중간색으로 천하다 함 천한 계급에서 입었다고 함黃裏(황리) : 누른색 옷을 안에 대다 黃..

카테고리 없음 2025.09.06

秋夜吟/山居四時各四吟中- 李滉

李滉 (이황)의 山居四時各四吟 (산거사시각사음)중 秋夜吟 추야음月映寒潭玉宇淸 월영한담옥우청차가운 못에 달 비치고 하늘은 맑은데幽人一室湛虛明 유인일실담허명유인이 밝고 빈방 하나에 빠져 있구나箇中自有眞消息 개중자유진소식그 가운데로부터 참된 소식이 있으니不是禪空與道冥 부시선공여도명참선의 공도 아니요 도가의 명도 아니네※玉宇(옥우) : 옥으로 장식한 궁전. 천제(天帝)가 있는 곳, 즉 하늘을 가리킨다.※幽人(유인) : 어지러운 속세를 피하여 깊숙한 곳에 숨어 사는 사람. 은자(隱者).

카테고리 없음 2025.09.05

秋暮吟/山居四時各四吟中- 李滉

李滉 (이황)의 山居四時各四吟 (산거사시각사음)중 秋暮吟 추모음秋堂眺望與誰娛 추당조망여수오가을 집 조망을 누구와 함께 즐길까夕照楓林勝畫圖 석조풍림승화도석양 비친 단풍 숲이 그림보다 낫구나忽有西風吹雁過 홀유서풍취안과홀연히 서풍 불고 기러기가 지나가도故人書信寄來無 고인서신기내무옛 친구는 편지 한 장 보내오지 않네

카테고리 없음 2025.09.05

길-윤동주

길잃어버렸습니다.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길에 나아갑니다.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길 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윤동주론 / 임헌영윤동주의 생애와 시윤동주가 시를 썼던 시대인 1936~1943년은 온 인류가 시를 외면한 시대였다. 그가 즐겨 바라보던 하늘과 바람과 별의 허공엔 공습 경보가 요란하게 울리던 시절이었다.이 시대엔 고향을 애절하게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죄가 성립되었고, 친한 벗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까지도 감시를 받았다. 하물며 창씨 개명도 하지 않은 '순이'나 '흰 옷', '희망의 봄' 같은 단어는 영락없는 불순..

카테고리 없음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