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의 세종학당 학생 황 안젤리카가 선생님에게 쓴 편지
[요즈음 말로 옮김]
원이 아버님께 올림
병술년[7]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자네 항상 나더러 이르되
둘이 머리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자네 먼저 가시는가.
나하고 자식하고는 누구에게 구걸하여
어찌하여 살라 하고 다 던지고
자네 먼저 가시는가.
자네 날 향한 마음을 어찌 가졌으며
나는 자네 향한 마음을 어찌 가졌던가.
매양 자네더러 한데 누워서 내가 이르되
여보, 남들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
여겨 사랑할까? 남들도 우리 같은가?
하여 자네더러 이르더니 어찌 그런 일을
생각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
자네 여의고 아무래도 나는 살 수가 없으니
얼른 자네한테 가고자 하니 날 데려가소.
자네 향한 마음을 이 생에 잊을 줄이 없으니
어떻게 해도 서러운 뜻이 그지없으니
내 이 마음을 어디다가 두고 자식 데리고 자네를 그리며 살까 하나이다.
내 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 일러 주소.
내 꿈에 이를 보고 하실 말 자세히 듣고자 하여 이렇게 써넣네.
자세히 보시고 나더러 일러 주소.
자네 내 밴 자식이 나거든 보고 사뢸 것 있다며
그리 가시면 밴 자식이 나거든 누구를 아빠 하라 하시는가.
아무리 한들 내 마음이나 같을까.
이런 천지 같은 한이
〈윗부분〉
하늘 아래 또 있을까. 자네는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러울까.
그지그지그지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으니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 보이시고 자세히 일러 주소.
나는 꿈에서 자네를 보리라 믿고 있나이다. 몰래 모습을 보이소서.
〈첫부분〉
하도 그지그지없어 이만 적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