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7 4

사랑한 죄 - 김 사랑

보고싶습니다그립습니다오늘도 해종일시간이 흘러습니다잘계시지요편지를 쓰고 싶어도주소를 알지못해바람에 행방을 묻습니다8월이 지나9월이 오면가을은 오겠지요그때까지 잘계셔요낮에는 불매미가 울고밤에는 귀뚜라미가 웁니다오늘밤 달빛아래달맞이꽃은 피겠지요비록 삶이기다림의 생이라도당신을 먼저 사랑한 죄로그리움의 벌을 받겠습니다

사랑의 말 / 김남조

사랑은말 하지 않는 말아침에 단잠을 깨우듯눈부셔 못견딘사랑 하나입술 없는 영혼 안에집을 지어대문 중문 다 지나는맨 뒷방 병풍 너메숨어 사네옛 동양의 조각달과금빛 수실 두르는 별들처럼생각만이 깊고말 하지 않는 말사랑 하나사랑을 말한 탓에천지간 불붙어 버리고그 벌이 시키는대로세상 양 끝이 나뉘었었네한평생다 저물어하직 삼아 만났더니아아 천만번 쏟아 붓고도진홍인 노을사랑은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사랑의 말 / 김남조

집으로 가는 길 시/신경림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석양 비낀 산길을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를 묻으면서.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콧노래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지나고 보면 한결같이 빛 바랜 수채화 같은 것,거리를 메우고 도시에 넘치던 함성도,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도.모두가 살갗에 묻은 가벼운 티끌 같은 것.수백 밤을 눈물로 새운 아픔도,가슴에 피로 새긴 증오도.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그것들 모두땅거미 속에 묻으면서.내가 스쳐온 모든 것들을 묻으면서,마침내 나 스스로 그 속에 묻히면서.집으로 가는 석양 비낀 산길을

漢廣(=넓은 漢水.江)-시경

남쪽이라 높은 나무 그늘 없어 쉴 수 없네 한수가에 나온 여자 말 걸 틈도 주지 않네 한수는 하도 넓어 헤엄쳐서 갈 수 없고 강수는 하도 길어 뗏목 타고 갈 수 없네쑥쑥 자란 섶 가운데 싸리순을 베어다가 저 아가씨 시집갈 때 말에게 나 먹이리라 한수는 하도 넓어 헤엄쳐서 갈 수 없고 강수는 하도 길어 뗏목 타고 갈 수 없네쑥쑥 자란 섶 가운데 물쑥 가려 베어다가 저 아가씨 시집갈 때 그 망아지 먹이리라 한수는 하도 넓어 헤엄쳐서 갈 수 없고 강수는 하도 길어 뗏목 타고 갈 수 없네南有喬木 不可休息漢有游女 不可求思漢之廣矣 不可泳思江之永矣 不可方思翹翹錯薪 言刈其楚之子于歸 言秣其馬漢之廣矣 不可泳思,江之永矣 不可方思翹翹錯薪 言刈其藝之子于歸 言秣其駒 漢之廣矣 不可泳思江之永矣 不可方思*漢廣: 한수(漢水=漢江)이 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