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0 10

가을의 시-김현승

넓이와 높이보다 내게 깊이를 주소서 나의 눈물에 해당하는....산비탈과 먼 집들에 불을 피우시고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배회하게 하소서나의 공허를 위하여 오늘은 저 황금빛 열매들 마저 그 자리를 떠나게 하소서 당신께서 내게 약속하신 시간이 이르렀읍니다지금은 기적들을 해가 지는 먼곳으로 따라 보내소서 지금은 비둘기 대신 저 공중으로 산 까마귀들을 바람에 날리소서 많은 진리들 가운데 위대한 공허를 선택하여 나로 하여금 그 뜻을 알게 하소서이제 많은 사람들이 새 술을 빚어 깊은 지하실에 묻을 시간이 오면나는 저녁 종소리와 같이 호올로 물러가 나는 내가 사랑하는 마른 풀의 향기를 마실 것입니다*가을의 시김현승 (金顯承,1913-1975, 대한민국 시인)

카테고리 없음 2025.08.20

바람의 노래-오세영

바람 소리였던가돌아보면 길섶의 동자(童子)꽃 하나 물소리였던가돌아보면 여울가 조약돌 하나 들리는 건 분명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데도 없는 네가 또 아무데나 있는 가을 산 해질녘은 울고 싶어라내 귀에 짚이는 건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세상은 갈바람 소리 갈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바람의 노래-오세영(吳世榮,1942-, 대한민국, 시인)

카테고리 없음 2025.08.20

'파랑새' 중에서 -모리스 마테를링크

행복이 가까운 곳에 있듯이해가 높이 떠도 눈을 감고 있으면 어두운 밤과 같다청명한 날에도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기분은 비 오는 날 같이 침침하다사람은 그 마음의 눈을 뜨지 않고그 마음의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언제나 불행하다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요 당신 마음의 눈이 바뀌었을 뿐이에요 이제야 참된 행복이 보일 거예요아니, 저것은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로구나우리는 아주 멀리 가서 찾았지만사실은 여기 있었구나*'파랑새' 중에서-모리스 마테를링크 (Maurice Maeterlinck, 벨기에 시인,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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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집(작소鵲巢)-詩經 國風 召南篇

까치가 집 지으니 비둘기가 와서 사네 저 아가씨 시집갈 때 수레 백 채 맞이하네까치가 집 지으니 비둘기가 차지하네 저 아가씨 시집갈 때 수레 백 채 전송하네까치가 집 지으니 비둘기가 가득 차네 저 아가씨 시집갈 때 수레 백 채 혼인하네鵲巢維鵲有巢 維鳩居之 之子于歸 百兩御之維鵲有果 維鳩方之 之子于歸 百兩將之維鵲有巢 維鳩盈之 之子于歸 百兩成之*鵲巢(까치작 새집소) 까치집*시집가는 여자를 축하해 주는 노래이다. 옛날 사람들은 까치가 집을 지어 놓으면 비둘기가 들어가 산다고 믿었다. 다 지어 놓은 까치집에 비둘기가 들어가 사는 것은 훌륭한 집안으로 시집가는 신부를 상징한다.*시경 국풍 소남편(詩經 國風 召南篇)소공이 남쪽에서 모은 노래 [召南]문왕의 아들인 소공식(김소)이 남방지역에서 모은 노래이다.후대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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踰大關嶺望親庭-申師任堂

유대관령망친정(踰大關嶺望親庭)신사임당(申師任堂) 詩- 대관령을 넘으며 친정을 바라보다慈親鶴髮在臨瀛 (백발 되신 어머니 강릉 친정에 계신데,)身向長安獨去情 (홀로 서울을 향해 가는 이 몸 괴로운 마음.)回首北坪時一望 (고개 돌려 북쪽 고향 들판 바라보니,)白雲飛下暮山靑 (흰 구름만 저무는 푸른 산에 날아 내리네.)【어구(語句) 풀이】 : 강원도 영동과 영서 지방의 경계가 되는 태백산맥의 영마루. 높이 832m. : 시집간 여자의 생가(生家). 친가(親家), 본가(本家). : 어머니. 남에게 대하여 자기 어머니를 말할 때 쓰는 말임. : 학의 깃처럼 흰 머리칼. 곧 노인의 백발. : 강릉. : 서울. : 머리를 돌림. : 북쪽 벌판이나 들. : 한 눈에 바라봄.【개관】▶지은이 : 신사임당(申師任堂)▶형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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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彼良木-眞興墓誌銘 중

如彼良木 排峰秀上 여피양목 배봉수상如彼朝霞 披雲獨靈 여피조하 피운독령遺榮不撓 山雲之氣 유영불요 산운지기獨拔淸英 爲世之標 독발청영 위세지표풀이훌륭한 나무가 산봉우리에 빼어나게 솟아 있는 것처럼,아침놀처럼 구름을 헤치고 홀로 신령스럽듯이,부귀영화를 버려도 뜻이 꺾이지 않고, 산구름 같은 기운을 지니니,맑고 빼어난 덕을 홀로 드러내어 세상의 본보기가 되었다.-眞興墓誌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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退溪先生 詩

退溪先生 詩(퇴계선생 시)以事當還都至榮川 病發輟行留草谷田舍少日事紳服訂頑(소일사신복정완)至今慘學但慙顔(지금몽학단참안)狂奔幸脫千重險(광분행탈천중험)靜退纔嘗一味閒(정퇴재상일미한)羈鳥有時依樹木(기조유시의수목)野僧隨處著雲山(야승수처착운산)後園花萼猶爭笑(후원화악유쟁소)何必區區病始還(하필구구병시환)원래는 업무차 수도로 돌아가야 했는데, 영천에 도착했을 때 병이 나서 여행을 멈추고 초원의 농가에 머물렀다.젊은 시절, 옷자락에 글을 적어(書紳) 스스로 경계하며 어리석음을 고치려 애썼으나,지금까지도 배움에 어둡고 미혹하여 부끄러운 얼굴뿐이다.광란하듯 달려가던 삶, 다행히도 천 겹의 험난함을 벗어났고,고요히 물러나 이제 겨우 한 조각의 한가로움을 맛보게 되었다.새장에 갇힌 새도 때로는 나무에 깃들고 싶어 하고,들에서 방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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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에 저 바람 속에-제임스 조이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감미로운 현 악기 소리, 버드나무와 강물이 만나는 그곳 강 가의 현악기 소리.사랑이 거기 거닐어 강물 따라 음 악이 흐르는데, 사랑의 외투엔 창백한 꽃들이, 머 리엔 짙은 잎들이.모두 악보에 머리를 기울이고 부드 럽게 연주하는데, 한 악기를 연주하는 손가락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네.흙 속에 저 바람 속에 James Joyce (제임스 조이스, 18 82-1941, Irish novelist, poet, an d literary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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