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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거기서 울다-석여공

물고기, 거기서 울다-석여공가끔씩 처마 밑 풍경을 떠나 전생의 바다를 헤엄치듯 청동빛 지느러미 흐느적거리며 떠다니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평생 눈 감고 잠들지 않는 물고기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떠한지 비늘갑옷을 입고 햇빛에 다비되는 것은 어떠한지 마른 지느러미 부서지도록 흔들며 하늘을 날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녹슨 비늘 촛농처럼 떨구며 어느 하늘에서 환속했는지 모르게 그렇게 하늘이 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울 것입니다 빛 바랜 단청의 육송 서까래에서 만다라 피는 거기 목탁소리 맑고 환속한 새들 한 발톱 깃들지 않는 풍경 속 쨍그랑 소리일랑 그리울 것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풍경소리로 우는 것은 하늘을 날고 싶기 때문입니다

위로-윤동주

위로-윤동주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뒤뜰 난간과 꽃 밭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 놓았다. 옥외 요양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치어다보기 바르게.....나비가 한 마리 꽃밭에 날아들다 그물에 걸리었다. 노오란 날개를 파득거려도 파득거려도 나비는 자꾸 감기우기만 한다. 거미가 쏜살같이 가더니 끝 없는 끝없는 실을 뽑아 나비의 온몸을 감아 버린다. 사나이는 긴 한숨을 쉬었다.나이보담 무수한 고생 끝에 때를 잃고 병을 얻은 이 사나이를 위로할 말이..... 거미줄을 헝클어 버 리는 것밖에 위로의 말이 없었다.

이별의 눈물 ... 이해인

이별의 눈물 ... 이해인모르는 척 모르는 척 겉으론 무심해 보일 테지요 비에 젖은 꽃잎처럼 울고 있는 내 마음은 늘 숨기고 싶어요 누구와도 헤어질 일이 참 많은 세상에서 나는 살아갈수록 헤어짐이 두렵습니다. 낯선 이와 잠시 만나 인사하고 헤어질 때도 눈물이 준비되어 있네요 이별이 눈물은 기도입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라는 순결한 약속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16

가을 산길)-시/도종환

가을 산길)-시/도종환구절초 빛깔도 곱게 피어 있었는데 멈칫멈칫하다가 거기 두고 왔네 코스모스 줄지어 여린 손 흔드는데 발을 멈추려다 그냥 지나쳐 왔네 그냥 두고 가라고 저녁 바람이 일러주었네 혼자 고개를 넘다 몇번 뒤돌아보았네 이렇게 혼자 고개를 넘는 거라고 좋은 것들도 다 거기 두고 가는 거라고 가져갈 게 많지 않다는 걸 알지 않느냐고 가을이 가까이 와 가만가만 일러주었네

카테고리 없음 2025.09.16

아홉 가지 기도 - 도종환

아홉 가지 기도 - 도종환 나는 지금 나의 아픔 때문에 기도합니다그러나 오직 나의 아픔만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나는 지금 나의 절망으로 기도합니다그러나 오직 나의 절망으로만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나는 지금 연약한 눈물울 뿌리며 기도합니다그러나 진정으로 남을 위해 우는 자 되게 하소서나는 지금 죄와 허물 때문에 기도합니다그러나 또다시 죄와 허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나는 지금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그러나 모든 내 이웃의 평화를 위해서도 늘 기도하게 하소서나는 지금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합니다그러나 불행한 모든 영혼을 위해 항상 기도하게 하소서나는 지금 용서받기 위해 기도합니다그러나 모든 이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자 되게 하소서나는 지금 굳셈과 용기를 주십사고 기도합니다그러나 그것을 더욱 바..

카테고리 없음 2025.09.15

모구(旄丘)-詩經國風邶風

旄丘之葛兮 何誕之節兮 모구지갈혜 하탄지절혜叔兮伯兮 何多日也 숙혜백혜 하다일야何其處也 必有與也 하기처야 필유여야何其久也 必有以也 하기구야 필유이야狐裘蒙戎 匪車不東 호구몽융 비거부동叔兮伯兮 靡所與同 숙혜백혜 미소여동瑣兮尾兮 流離之子 쇄혜미혜 유리지자叔兮伯兮 褎如充耳 숙혜백혜 유여충이언덕 위로 뻗은 취덩굴 어쩌면 저리도 길어졌을까 그대여 그대여 어 쩌면 세월만 보내시는가어쩌면 그리도 태평하신가 반드시 도와줄 나라 있으리로다 어쩌면 그 리도 오래 걸리나 반드시 까닭이 있으리로다여우갖옷 해어진 지 오래인데 수레가 동쪽으로 가지 않음은 그대여 그대여 그대들 마음이 나와 달라서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이리저리 떠도는 사람들이라 그대여 그대여 귀 먹은 사람처럼 웃기만 하네나라가 위태로워 다른 나라에 도움을 청했으나 도와주지..

카테고리 없음 2025.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