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3 3

사랑의 커피 한 잔-/ 임향

사랑의 커피 한 잔./ 임향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달콤한 혀끝 그리고 향긋한 커피향 나를 취하게 하기엔 충분한 조건이다 어느 가을날 단풍 한 잎 빨간 네 마음 그 한 잔의 사랑 커피 긴 날 황홀한 가을이 가고 겨울을 돌아아 다시 가을이 오도록 따끈한 열기는 식지 않았다 다만 효용체감의 혀 끝 단맛은 흐려지고낙엽 버림은 새 삶의 희망이라고 너는 낙엽따라 가고 나는 아직도 식지않은 커피잔을 잡고 그날의 빨간 당풍잎으로 녹아 든 사랑 커피를 기다린다 아주 간절히

눈 오는 마을-시/김용택

눈 오는 마을시/김용택저녁 눈 오는 마을에 들어서 보았느냐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마을이 조용히 그 눈을 다 맞는 눈 오는 마을을 보았느냐 논과 밭과 이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마을에 들어서며 조용히 끝나고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다 이제 아무것도 더는 소용없다 돌아설 수 없는 삶이 길 없이 내 앞에 가만히 놓인다 저녁 하늘 가득 오는 눈이여 가만히 눈발을 헤치고 들여다보면 이 세상에 보이지 않은 것 하나 없다.다만하늘에서 살다가 이 세상에 온 눈들이 두 눈을 감으며조심조심 하얀 발을 이 세상 어두운 지붕 위에내릴 뿐이다

자연 앞에서 ... 법정스님

자연 앞에서 ... 법정스님고요하고 적적한 것은 자연의 본래 모습이다 달빛이 산방에 들어와 잠든 나를 깨운 것도 소리 없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달의 숨소리를 듣고자 하는 것도 이 모두가 무심이다 바람이 불고 꽃이 피었다가 지고구름이 일고 안개가 피어오르고강물이 얼었다가 풀리는 것도 또한, 자연의 무심이다이런 일을 누가 참견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자연 앞에 무심히 귀를 기울일 뿐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려면 입 다물고 그저 무심히 귀를 기울이면 된다무심히 귀를 기울이라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영원한 어머니일 뿐 아니라 위대한 교사이다. 자연에는 그 나름의 뚜렷한 질서가 있다. 자연은 말없이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준다. 자연 앞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 같은 것은 접어 두어야 한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