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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마을-시/김용택

시뜨락 시정(詩庭) 2025. 12. 13. 00:06

눈 오는 마을
시/김용택

저녁 눈 오는 마을에 들어서 보았느냐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마을이 조용히 그 눈을 다 맞는
눈 오는 마을을 보았느냐
논과 밭과 이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마을에 들어서며 조용히 끝나고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다
이제 아무것도 더는 소용없다
돌아설 수 없는 삶이 길 없이 내 앞에
가만히 놓인다
저녁 하늘 가득 오는 눈이여
가만히 눈발을 헤치고 들여다보면
이 세상에 보이지 않은 것 하나 없다.

다만
하늘에서 살다가
이 세상에 온 눈들이 두 눈을 감으며
조심조심 하얀 발을
이 세상 어두운 지붕 위에
내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