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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感-李穀

시뜨락 시정(詩庭) 2025. 12. 22. 23:52

마음가짐
<느낌이 있어有感>

身為藏珠剖 妻因徙室忘
신위장주부 처인사실망
處心如淡泊 遇事豈蒼黃
허심여담박 우사기창황

구슬을 감춘다며 몸을 가르고
이사를 한다면서 아내를 잊네.
마음가짐 담박하게 지닌다면은
일에 닥쳐 허둥지둥 당황하리오.

신위장주부身為藏珠剖: 몸을 구슬을 감추기 위해 가른다.
처인사실망妻因徙室忘: 아내는 집을 이사함으로 인하여 잊어버린다.
우사遇事: 일에 닥치다. 일을 만나다.
창황蒼黃: 파래졌다 노래졌다 하는 모양, 당황하여 허 둥지둥하는 모습.

-페르시아의 장사치들은 좋은 구슬을 얻으면 제 몸을 갈라 구슬을 숨긴다는 말이 있다. 구슬은 아끼면서 제몸은 아낄 줄 모른다. 예전 노나라에 어떤 사내는 건망증이 하도 심해, 이사에만 몰두한 나머지 제아내를 데려오는 것은 잊어버렸다. 그러니까 1, 2구는 고사가 있는 말이다. 배를 갈라 그 속에 구슬을 감춰두고는 참 흐뭇하고 든든했겠지. 으리으리한 새 집 생각만 해도 덩실 춤을 추고 싶었겠지. 하지만 아내 없이는 새집이 쓸모없고, 건강을 잃으면 구슬도 쓸데없는 줄은 생각지 못했다. 막상 일이 닥치면 그제야 난리라도 날듯이 온통 법석을 떤다. 마음속에 가득 찬 탐욕 때문이다.

이곡 李穀, 1298-1351
고려와 원을 오가며 정치 활동을 펼쳤던 사람이었다. 고려와 원의 과거에 모두 급제하여 관리가 되었고, 양국을 오가며 중요한 현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학문적으로도 높은 성취를 이루어 고려말의 문학적·사상적 전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