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晚望-李奎報

李杜啁啾後 乾坤寂寞中이두조추후 건곤적막중 江山自閑暇 片月掛長空 강산자한가 편월괘장공이백 두보 노래한 뒤 건곤은 적막해라. 강산도 심심해서 조각달을 걸었구나.조추啁啾: 벌레의 울음소리, 여기서는 시를 읊조리는 소리, 건곤乾坤: 하늘과 땀괘掛: 걸리다.조각달片月이백 두보가 아름다운 노래를 그친 뒤 천지는 적막 속에 빠 졌다. 강산은 무료함을 못 견딘 나머지 저 하늘 곳집에서 먼 지 앉은 조각달을 꺼내 와 허공 위에 걸어놓기에 이르렀다. 시인은 심심하게 하루해를 보내고 저물녘 문득 마루를 내려 셨겠지. 땅거미 내려앉는 먼 들판 위로 손톱달이 파르라니 떠 있었겠다. 저것마저 없었으면 저 넓은 하늘이 참 싱거웠 겠구나 싶어 실없이 해본 소리다. 노래 없는 세상은 적막한 벌판이다. 시는 그 적막한 벌판 위로 떠오..

카테고리 없음 2025.12.08

고구(羔裘)-시경.당풍(唐風) 7.

고구(羔裘)-시경.당풍(唐風) 7. 羔裘豹袪 自我人居居 고구표거 자아인거거豈無他人 維子之故 기무타인 유자지고羔裘豹褎 自我人究究 고구표수 자아인구구豈無他人 維子之好 기무타인 유자지호-풀이 양털 갖옷에 표피 소매를 달고 거만히 우리를 대하네어찌 다른 이 없으랴만 그대의 옛일 때문이네양털 갖옷에 표피 소매를 달고 미워하며 우리를 부리네어찌 다른 이 없으랴만 그대의 호감 때문이네羔裘(고구) : 새끼양 가죽으로 만든 대부의 예복裘(구)는 갖옷으로 안을 댄 중국식 저고리다.豹袪(표거) : 표범 가죽으로 만든 소매(豹袖)自(자) : 다루다, 대우하다. 사용하다.我人(아인) : 우리들居居(거거) : 증오를 의미하고, 서로 친하지 않은 모양 거만(倨慢)함을 말하며 維(유) : 惟와 같다. ... 때문에, ...로 인해故..

카테고리 없음 2025.12.08

기다림-이인로 李仁老

待客客未到 尋僧僧亦無대객객미도 심승승역무惟餘林外烏 款款勸提壺유여림외조 관관권제호손님을 기다려도 오지를 않고 스님을 찾았지만 있지를 않네.숲 밖의 새들만 남아 있어서다정하게 한잔하라 권하는구나.천심원天尋院: 고려 때 개성을 나가는 길목에 있던 원院, 먼길 떠나온 사람을 이곳에 와서 마증했다. 대객待客: 손님을 기다리다. 심尋찾다. 관관款款: 정성스런 모양, 쉼 없이 우는 새 울음소리, 제호提壺: 술병을 당기다. 제호는 중국 음 '티후'로 직박구리의 울음소리를 음차音借 한 것이다.*기다림고려조 문신 이인로 李仁老, 1152-1220 의 시 이다.천심원(天尋院)으로 친구 만나러 나왔다. 따뜻한 봄날, 햇살이 가뭇없이 쏟아져도 오기로한 사람은 소식이 없다. 천심원 다락에 올라앉아 신록 보랴 행인 찾으랴 눈길이 ..

카테고리 없음 2025.12.07

체두(杕杜)-시경.당풍(唐風) 6.

체두(杕杜)-시경.당풍(唐風) 6. 有杕之杜 其葉湑湑 유체지두 기엽서서獨行踽踽 豈無他人 독행우우 기무타인不如我同父 불여아동부嗟行之人 胡不比焉 차행지인 호불비언人無兄弟 胡不佽焉 인무형제 호불차언有杕之杜 其葉菁菁 유체지두 기엽청청獨行瞏瞏 豈無他人 독행우우 기무타인不如我同姓 불여아동성嗟行之人 胡不比焉 차행지인 호불비언人無兄弟 胡不佽焉 인무형제 호불차언-풀이 우뚝 선 팥배나무 그 잎이 너무 많구나홀로 걸으니 쓸쓸한데 어찌 다른 이 없으랴만내 형제와 같지 않네!아! 거리의 사람들은 어찌 친근하지 않는가?사람이 형제가 없는데 어찌 돕지 않는가?우뚝 선 팥배나무 그 잎이 무성하구나홀로 걸으니 외로운데 어찌 다른 이 없으랴만내 동성들과 같지 않네!아! 거리의 사람들은 어찌 친근하지 않는가?사람이 형제가 없는데 어찌 돕..

카테고리 없음 2025.12.07

山居-李仁老

春去花猶在 天晴谷自陰 춘거화유재 천청곡자음 杜鵑啼白晝 始覺卜居深 두견제백주 시각복거심 산속의 거처봄 가고도 꽃 남았고 날 맑은데 그늘진 골.소쩍새 낮에 울어 집 깊은 줄 깨닫네.유猶: 오히려, 도리어 천청天晴: 날씨가 개다. 자음自陰: 저절로 그늘이 짐. 두견杜鵑: 뻐꾸기과에 속한 새 이름, 소쩍새와는 다르나 옛 사람들 은 두 새를 흔히 혼동했다. 백주白晝: 환한 대낮, 복거卜居: 사는 거처*이인로 李仁老, 1152-1220고려시대 때, 예부원외랑, 비서감우간의대부 등을 역임한 문신.

카테고리 없음 2025.12.06

주무(綢繆)-시경.당풍(唐風) 5

주무(綢繆)-시경.당풍(唐風) 5. 綢繆束薪 三星在天 주무속신 삼성재천今夕何夕 見此良人 금석하석 견차양인子兮子兮 如此良人何 자혜자혜 여차양인하綢繆束芻 三星在隅 주무속추 삼성재우今夕何夕 見此邂逅 금석하석 견차해후子兮子兮 如此邂逅何 자혜자혜 여차해후하綢繆束楚 三星在戶 주무속초 삼성재호今夕何夕 見此粲者 금석하석 견차찬자子兮子兮 如此粲者何 자혜자혜 여차찬자하-풀이 미리미리 땔감을 묶으니 삼성이 하늘에 떴네오늘 저녁이 어떤 저녁인가 이 분을 만나다니그대여! 그대여! 이 같은 님을 어쩌랴!미리미리 꼴감을 묶으니 삼성이 모퉁이에 떴네오늘 저녁이 어떤 저녁인가 이런 해후를 보다니그대여! 그대여! 이 같은 해후를 어쩌랴!미리미리 싸리나무를 묶으니 삼성이 문에 떴네오늘 저녁이 어떤 저녁인가 이 고운 님을 만나다니그대여! ..

카테고리 없음 2025.12.06

행복-유치환

행복-유치환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38살 기혼자인 청마 유치환은..

카테고리 없음 2025.12.06

첫눈 오는 날-시/곽채구

첫눈 오는 날시/곽채구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하늘의 별을 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노래하는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첫눈 오는 날당산 전철역 오르는 계단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켜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사랑하는마음이 깊어지면 다닥다닥 뒤엉킨 이웃들의 슬픔 새로 순금빛 강물 하나 흐른다네노래하는마음이 깊어지면 이 세상 모든 고통의 알몸들이 사과꽃 향기를 날린다네

카테고리 없음 202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