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晚望-李奎報

시뜨락 시정(詩庭) 2025. 12. 8. 22:21

<晚望>
李杜啁啾後 乾坤寂寞中
이두조추후 건곤적막중
江山自閑暇 片月掛長空
강산자한가 편월괘장공

<저물녘에 바라보다>
이백 두보 노래한 뒤
건곤은 적막해라.
강산도 심심해서
조각달을 걸었구나.

조추啁啾:  벌레의 울음소리, 여기서는 시를 읊조리는 소리,
건곤乾坤: 하늘과 땀
괘掛: 걸리다.

조각달片月
이백 두보가 아름다운 노래를 그친 뒤 천지는 적막 속에 빠 졌다. 강산은 무료함을 못 견딘 나머지 저 하늘 곳집에서 먼 지 앉은 조각달을 꺼내 와 허공 위에 걸어놓기에 이르렀다. 시인은 심심하게 하루해를 보내고 저물녘 문득 마루를 내려 셨겠지. 땅거미 내려앉는 먼 들판 위로 손톱달이 파르라니 떠 있었겠다. 저것마저 없었으면 저 넓은 하늘이 참 싱거웠 겠구나 싶어 실없이 해본 소리다. 노래 없는 세상은 적막한 벌판이다. 시는 그 적막한 벌판 위로 떠오른 초승달이다.

-이규보 李奎報,1168-1241
고려 중기의 문신. 문인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지헌(止軒).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  벼슬은 정당문학을 거쳐 문하시랑 평장사 등을 지냈다. 경전(經典)과 사기(史記)와 선교(禪敎)를 두루 섭렵하였고, 호탕 활달한 시풍은 당대를 풍미하였으며 명문장가였다. 저서에 ≪동국이상국집≫, ≪백운소설≫ 따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