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 96

안개꽃 당신-정 연복

안개꽃 당신-정 연복 햇살 밝은 베란다 창가에 앉아당신을 생각합니다한겨울 추위에 얼어붙은온 누리의 구석구석은은한 생명의 빛을 선사하는저 눈부신 불덩이언제였던가가끔은 외로움으로 그늘졌던나의 고독한 청춘에당신의 존재가 햇살처럼 와 닿은 그때안개꽃 같이 말없이 화사한당신의 모습을 살며시 훔치며나의 심장은 한순간 멎는 듯했지그렇게 우리는 만나마음과 마음을 잇대어행복한 사랑의 불꽃을 피웠네 장밋빛 불타는 사랑의 계절은 지나어느새 우리의 사랑살이에도세월의 그림자가 꽤 길게 드리웠지만 오!첫사랑 그 시절의우리의 티없이 순수했던 사랑만은영원히 변함없으리

카테고리 없음 2025.12.10

北山雜題3-李奎報

3山人不浪出 古逕蒼苔沒 산인불랑출 고경창태몰應恐紅塵人 欺我綠蘿月응공홍진인 기아록라월옛길3산 스님 함부로 나오질 않아 옛길은 푸른 이끼 덮여 있네.티끌세상 사람 올까 염려해서니 여라 넝쿨 달빛이 나를 속였네.낭출浪出: 함부로 제멋대로 나오다. 고경古逕: 해묵은 오솔길, 창태蒼苔: 프른이끼홍진인紅塵人: 티끌세상의 사람, 기아欺我: 나를 속이다. 녹나월綠蘿月: 초록색 여라 넝쿨 사이를 비치는 달빛.*옛길이규보 李奎報, 1168-1241절집 찾아 올라가는 옛길이 푸른 이끼에 덮여 있다. 이대로 가면 절집은커녕 태고의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만 같다. 들어가는 이 없고, 나오는 이도 없다. 이따금 세상에서 마음 다친 나그네만 길을 몰라 서성일 뿐이다. 혹 스님은 나 같은 속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제 손..

카테고리 없음 2025.12.10

무의(無衣)-시경.당풍(唐風) 9

무의(無衣)-시경.당풍(唐風) 9豈曰無衣七兮 기왈무의칠혜不如子之衣 安且吉兮 불여자지의 안차길혜豈曰無衣六兮 기왈무의육혜不如子之衣 安且燠兮 불여자지의 안차욱혜-풀이 어찌 옷이 없다 합니까? 일곱입니다.그대의 옷보다는 못하지만편안하고 좋습니다.어찌 옷이 없다 합니까? 여섯입니다.그대의 옷보다는 못하지만편안하고 따뜻합니다.子(자) : 周왕을 말한다.燠(욱) : 따뜻하다《주례》 에 관작을 아홉 등급으로 나눠 9명(命)이라 했다.일명은 직책을 받음이고 (壹命受職)이명은 관복을 받음이고 (再命受服)삼명은 지위를 받음이고 (三命受位)사명은 제기를 받음이고 (四命受器)오명은 법칙을 하사받고 (五命賜則)육명은 관직을 하사받고 (六命賜官)칠명은 나라를 하사받고 (七命賜國)팔명은 주목으로 삼으며 (八命作牧)구명은 백작위를 내..

카테고리 없음 2025.12.10

숲속의 겨울

Karl Hauptmann칼 하우프트만German Impressionist & Modern painterBorn in Freiburg 24 April, 188 0 - Died 7 April, 1947 Todtnau, Germany겨울 날.... 쿠네르트 (Günter Kunert, German writer, poet, 1929-2019)유리처럼 흰 하늘, 구름 한점 없다. 안개에서 벗어난 태양보다 눈부신 눈 (雪) 얼핏 보기에는 까만 쇠처럼 혹은 구부러진 수도관 같은 벗은 나무들, 아무런 도움 없이 형성되어 있다. 가느란 바람이 던지는 차가운 마취.조용한 집의 (약간의 연기가 피어오른 다) 서리 꽃 핀 창문 뒤에는 희미하게 어떤 얼굴이 보인다.고립된 채 거기 살아가는 자를 여행자는 부러운 듯 차창을 통해..

카테고리 없음 2025.12.10

北山雜題2-李奎報

2高巔不敢上 不是憚躋攀 고전물감상 불시탄제반 恐將山中眼 乍復望塵寰공장신중안 사부망진환등산높은 뫼에 오르지 않음은 올라가기 꺼림 아닐세.산속의 안목 가지고 세상 볼까 걱정돼서지.고전高巔: 높은 산의 꼭대기, 탄憚: 꺼리다. 제반躋攀: 더위잡아 오르다.사乍: 잠깐, 갑자기, 진환塵寰: 티끌세상.*등산-이규보 李奎報, 1168-1241산속에 드니 모처럼 참 편안하다. 숨도 잘 쉬어지고, 머리도 한결 맑다. "답답하게 방에만 처박혀 계시지 말고, 오늘은 저 꼭대기로 바람이나 쐬시지요?" "싫습니다. 스님! 그냥 여기 가 참 좋아요. 산 오르기 귀찮아서가 아닙니다. 공연히 산꼭대기에 올라갔다가 티끌세상이 다시 눈에 들어오면 영영 내 려가고 싶지 않게 될 텐데, 그리되면 어찌합니까? 이제 막씻 기려던 속된 기운이 ..

카테고리 없음 2025.12.09

보우(鴇羽)-시경.당풍(唐風) 8.

보우(鴇羽)-시경.당풍(唐風) 8. 肅肅鴇羽 集于苞栩 숙숙보우 집우포허王事靡盬 不能蓺稷黍 왕사미고 불능예직서父母何怙 부모하호悠悠蒼天 曷其有所 불유유창천 갈기유소肅肅鴇翼 集于苞棘 숙숙보익 집우포극王事靡盬 不能蓺黍稷 왕사미고 불능예서직父母何食 부모하식悠悠蒼天 曷其有極 불유유창천 갈기유극肅肅鴇行 集于苞桑 숙숙보핼 집우포상王事靡盬 不能蓺稻粱 왕사미고 불능예도량父母何嘗 부모하상悠悠蒼天 曷其有常유유창천 갈기유상-능에가 깃을 퍼드덕 상수리 덤불에 모였네나랏일 끊임없어 찰기장 메기장 뿌리지 못해부모님! 무얼 의지하려나아득한 봄하늘 언제 자리할 곳이 있을까?능에가 날개를 퍼드덕 멧대추나무 덤불에 모였네나랏일 끊임없어 멧기장 찰기장 뿌리지 못해부모님은 무얼 드시려나아득한 봄하늘 언제 끝이 날까?능에가 줄지어 퍼드덕 뽕나무..

카테고리 없음 2025.12.09

눈 - R 구르몽

눈 - R 구르몽시몬, 눈은 네 목처럼 희다.시몬, 눈은 네 무릎처럼 희다.시몬, 네 손은 눈처럼 차다.시몬, 네 마음은 눈처럼 차다.눈을 녹이려면 뜨거운 키스,네 마음을 녹이는 데는 이별의 키스.눈은 슬프다. 소나무 가지 위에서네 이마는 슬프다, 밤색 머리칼 아래서시몬, 네 동생 눈은 정원 잠들었다.시몬, 너는 나의 눈, 그리고 내 사랑*구르몽 (1858~1915)프랑스 출신으로 시인이요, 소설가이며 문예평론가로 상징주의의 대표적인 이론가로 알려졌다. 아름다운 사상은 아름다운글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저서로는 등이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5.12.08

12월의 기도/목필균

12월의 기도/목필균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아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1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 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12.08

어느 나목裸木의 독백-도지현

어느 나목裸木의 독백-도지현자연의 섭리는사계절을 만들어 주셔서철마다 예쁜 옷을 만들어 주었지그런데 무슨 심사일까?겨울만 되면 발가벗겨 놓으니춥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다행히도하얀 순백의 천사가 내려와목화 솜 옷을 입혀주어 따뜻했지때로는 눈이 내려가지마다 순백의 꽃을 피워주어젊어진 느낌이 들어 혈류가 흐른다다시 살아난 느낌다음 계절엔 아름다운 꽃을 피워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해 보았으면詩- 藝香 도지현-시집 "그리움의 꽃은 지지 않는다" 중에서-

카테고리 없음 202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