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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山雜題3-李奎報

시뜨락 시정(詩庭) 2025. 12. 10. 19:37


<北山雜題>3
山人不浪出 古逕蒼苔沒
산인불랑출 고경창태몰
應恐紅塵人 欺我綠蘿月
응공홍진인 기아록라월

옛길
<북산의 이런저런 생각>3
산 스님 함부로 나오질 않아 옛길은 푸른 이끼 덮여 있네.
티끌세상 사람 올까 염려해서니 여라 넝쿨 달빛이 나를 속였네.

낭출浪出: 함부로 제멋대로 나오다. 고경古逕:  해묵은 오솔길,
창태蒼苔: 프른이끼
홍진인紅塵人: 티끌세상의 사람, 기아欺我: 나를 속이다.
녹나월綠蘿月: 초록색 여라 넝쿨 사이를 비치는 달빛.

*옛길
이규보 李奎報, 1168-1241
절집 찾아 올라가는 옛길이 푸른 이끼에 덮여 있다. 이대로 가면 절집은커녕 태고의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만 같다. 들어가는 이 없고, 나오는 이도 없다. 이따금 세상에서 마음 다친 나그네만 길을 몰라 서성일 뿐이다. 혹 스님은 나 같은 속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제 손으로 더럽힌 마음 엉뚱한 데서 씻고 가겠다고 떼쓰는 것이 성가셔서 절로 드는 길에 푸른 이끼를 덮어둔 것은 아닐까? 푸르스름한 달빛이 여라(女蘿) 덩굴에 걸린 것을 보고서, 나는 하마터면 길을 잘 못든 줄 알고 되돌아갈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