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향의 노래-최명운 천리향의 노래-최명운 천리향 꽃을 피울 때향기를 흘리다가 움츠리지요가만히 있으면보이지 않는 아름다운마음과도 같다지요관심을 갖고 만져주면향을 내는 천리향참으로 이상적 인간과도 같습니다향은 천리를 가듯마음은 깊은 꿈속의 사랑처럼함부로 드러내지 않아더욱 소중하고 귀한 것사랑과 명예를 아는 이의고결한 숨결처럼보이는 듯 마는 듯은은한 기쁨을 나눕니다무심한 듯 지나치지 않고정성으로 바라볼 때에야비로소 깨닫게 되는변치 않는 아름다움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12.14
첫눈 위를 - Sergei Esenin 첫눈 위를 - Sergei Esenin첫눈 위를 서성이면마음은 타오르는 불길의 은방울꽃길이 뚫린 하늘에는바람이 푸른 촛불을 켜 들었다무언지 알 수 없다 저것이 빛인지 어둠인지밀림에 노래하는 바람인지또는 수탉의 홰 치는 소리인지아니면 들에 겨울은 멀어도백조가 어느 초원에 내렸는지오오, 하얀 수면의 아름다움엷은 추위가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드러낸 잣나무 가슴에나는 무심코 몸을 밀어붙이고 싶었다오오, 밀림의 희미한 둘레눈을 둘러쓴 밭의 활기버드나무 옆구리를나는 무심코 껴안아 보고 싶었다-[에세닌:(1895-1925) 러시아] 카테고리 없음 2025.12.14
對影-혜심 慧諶 池邊獨自坐 池底偶逢僧 지변독자좌 지저우봉승 默默笑相視 知君語不應 묵묵소상시 지군어불응연못가 홀로 앉아 연못 속 중 만났지. 묵묵히 보며 웃네 말해야 대답 않을 테니.지저池底: 연못 바닥, 우봉偶逢: 우연히 만나다. 불응不應: 응답하지 않다-못가에서혼자 못가에 앉았다. 물속에서 웬 중 하나가 나를 본다. 무표정하다. 싱거워 씩 웃는다. 그가 따라 웃는다. 누구신가? 물으려다 입을 다문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그인들 그를 알랴? 그저 이렇게 보기만 하세. 묻지 말고, 알려고도 말고, 내가 그를 본다. 그도 나를 본다. 내가 나를 본다. 그가 그를 본다. 제 그림자 보며 장난친 시다.*혜심 慧諶, 1178-1234 혜심(慧諶)은 고려 후기 수선사의 제2세 사주였던 승려이다. 사마시에 합격하였으나 출가하여 지.. 카테고리 없음 2025.12.14
거린(車鄰)-시경.진풍(秦風) 1. 국풍(國風) 11번째 진나라의 노래[秦風]이다.진(秦)나라는 처음에 백익(伯益)이 우(禹)의 치수(治水)에 공이 있어 영성(姓)을 하사 받았다. 주나라 평왕이 동천할 때 그 후예인 양공(公)이 공이 있어 비로소 제후가 되었다.거린(車鄰)-시경.진풍(秦風) 1. 有車鄰鄰 有馬白顚 유거린린 유마백전未見君子 寺人之令 미견군자 시인지령阪有漆 濕有栗 판유칠 습유율旣見君子 並坐鼓瑟 기견군자 병좌고슬今者不樂 逝者其耋 금자불요 서자기질阪有桑 濕有栗 판유상 습유양旣見君子 並坐鼓簧 기견군자 병좌고황今者不樂 逝者其亡 금자불요 서자기망-풀이 수레가 덜거덕덜거덕 별박이 말이 끄네그대를 못 뵌 것은 시인의 영때문이네언덕엔 옻나무 진펄엔 밤나무이미 그대를 보아 나란히 앉아 거문고를 뜯네지금 즐기지 않으면 세월이 흘러 늙은이 되겠지.. 카테고리 없음 2025.12.14
겨울 - 조병화 겨울 - 조병화침묵이다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바람은 지나가면서적막한 노래를 부른다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노래만 남아 쌓인다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하얗게 덮는다덮은 눈 속에서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 내어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봄을 준비한다묵묵히 카테고리 없음 2025.12.13
맨드라미-이규보 鷄已化花艷云何在溷中계이화화염 운하재혼중尙餘前習在有意啄蛆蟲상여전습재 유의탁저층맨드라미이규보 李奎報, 1168-1241닭이 이미 꽃이 되어 곱고 예쁜데 어이해 더러운 뒷간에 있나.여태도 전날의 습관이 남아 구더기 쪼아 먹을 생각인 게지.측중厠中: 뒷간 속, 계관화鷄冠花: 맨드라미, 꽃 모양이 닭 벼슬 같다하여 이렇게 부른다. 화化: 변화하다. 혼종溷中: 더러운 가운데, 여기서는 변소를 가리킴, 상여尙餘: 아직도 남았다. 전습前習: 전생의 습관, 저충蛆蟲: 구더기,*맨드라미는 계관화(鶏冠花)다. 우리말로는 닭벼슬꽃이다. 생긴 것이 닮았다. 화장실을 가다가 곁에 핀 맨드라미 꽃을 보았던 모양이다. 전생의 닭이 변화해서 저리 곱고 어여쁜 꽃으로 피어났다. 그런데 왜 하필 더러운 뒷간 옆에 피어났는가? 화장실 근처.. 카테고리 없음 2025.12.13
채령(采苓)-시경.당풍(唐風) 12 채령(采苓)-시경.당풍(唐風) 12. 采苓采苓 首陽之巓 채령채령 수양지전人之爲言 苟亦無信 인지위언 구역무신舍旃舍旃 苟亦無然 사전사전 구역무연人之爲言 胡得焉 인지위언 호득언采苦采苦 首陽之下 채령채령 수양지하人之爲言 苟亦無與 인지위언 구역무여舍旃舍旃 苟亦無然 사전사전 구역무연人之爲言 胡得焉인지위언 호득언采葑采葑 首陽之東 채령채령 수양지동人之爲言 苟亦無從 인지위언 구역무종舍旃舍旃 苟亦無然 사전사전 구역무연人之爲言 胡得焉 인지위언 호득언-풀이 으아리 캐러 으아리 캐러, 수양산 꼭대기라남의 말은 진짜 역시 믿을 수 없네버리고 버려라 진실로 또 그렇지 않다네남의 말함을 어찌 얻겠는가?씀바귀 캐러 씀바귀 캐러, 수양산 아래라남의 말은 진짜 역시 쫓을 수 없네버리고 버려라 진실로 또 그렇지 않다네남의 말함을 어찌 얻겠.. 카테고리 없음 2025.12.13
사랑의 커피 한 잔-/ 임향 사랑의 커피 한 잔./ 임향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달콤한 혀끝 그리고 향긋한 커피향 나를 취하게 하기엔 충분한 조건이다 어느 가을날 단풍 한 잎 빨간 네 마음 그 한 잔의 사랑 커피 긴 날 황홀한 가을이 가고 겨울을 돌아아 다시 가을이 오도록 따끈한 열기는 식지 않았다 다만 효용체감의 혀 끝 단맛은 흐려지고낙엽 버림은 새 삶의 희망이라고 너는 낙엽따라 가고 나는 아직도 식지않은 커피잔을 잡고 그날의 빨간 당풍잎으로 녹아 든 사랑 커피를 기다린다 아주 간절히 카테고리 없음 2025.12.13
눈 오는 마을-시/김용택 눈 오는 마을시/김용택저녁 눈 오는 마을에 들어서 보았느냐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마을이 조용히 그 눈을 다 맞는 눈 오는 마을을 보았느냐 논과 밭과 이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마을에 들어서며 조용히 끝나고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다 이제 아무것도 더는 소용없다 돌아설 수 없는 삶이 길 없이 내 앞에 가만히 놓인다 저녁 하늘 가득 오는 눈이여 가만히 눈발을 헤치고 들여다보면 이 세상에 보이지 않은 것 하나 없다.다만하늘에서 살다가 이 세상에 온 눈들이 두 눈을 감으며조심조심 하얀 발을 이 세상 어두운 지붕 위에내릴 뿐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5.12.13
자연 앞에서 ... 법정스님 자연 앞에서 ... 법정스님고요하고 적적한 것은 자연의 본래 모습이다 달빛이 산방에 들어와 잠든 나를 깨운 것도 소리 없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달의 숨소리를 듣고자 하는 것도 이 모두가 무심이다 바람이 불고 꽃이 피었다가 지고구름이 일고 안개가 피어오르고강물이 얼었다가 풀리는 것도 또한, 자연의 무심이다이런 일을 누가 참견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자연 앞에 무심히 귀를 기울일 뿐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려면 입 다물고 그저 무심히 귀를 기울이면 된다무심히 귀를 기울이라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영원한 어머니일 뿐 아니라 위대한 교사이다. 자연에는 그 나름의 뚜렷한 질서가 있다. 자연은 말없이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준다. 자연 앞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 같은 것은 접어 두어야 한다. 그래.. 카테고리 없음 202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