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詠厠中鷄冠花>
鷄已化花艷云何在溷中
계이화화염 운하재혼중
尙餘前習在有意啄蛆蟲
상여전습재 유의탁저층
맨드라미
이규보 李奎報, 1168-1241
<변소 곁의 맨드라미를 읊다>
닭이 이미 꽃이 되어 곱고 예쁜데 어이해 더러운 뒷간에 있나.
여태도 전날의 습관이 남아 구더기 쪼아 먹을 생각인 게지.
측중厠中: 뒷간 속,
계관화鷄冠花: 맨드라미, 꽃 모양이 닭 벼슬 같다하여 이렇게 부른다.
화化: 변화하다.
혼종溷中: 더러운 가운데, 여기서는 변소를 가리킴,
상여尙餘: 아직도 남았다.
전습前習: 전생의 습관,
저충蛆蟲: 구더기,
*맨드라미는 계관화(鶏冠花)다. 우리말로는 닭벼슬꽃이다. 생긴 것이 닮았다. 화장실을 가다가 곁에 핀 맨드라미 꽃을 보았던 모양이다. 전생의 닭이 변화해서 저리 곱고 어여쁜 꽃으로 피어났다. 그런데 왜 하필 더러운 뒷간 옆에 피어났는가? 화장실 근처를 기웃거리며 구더기 쪼아 먹던 전생의 못된 습관이 여태도 남았던 게지.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맨드라미야. 네가 꼭 그 짝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