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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 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 호승첫눈 오는 날 만나자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팔짱을 끼고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더러 사먹기도 하면서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첫눈 오는 날 만나자첫눈 오는 날 ..

카테고리 없음 2025.12.05

庚寅重九-김신윤 金莘尹

좋은 시절輦下干戈起 殺人如亂麻 연하간과기 살인여란마 良辰不可負 白酒泛黃花 양신불가부 백주범황화서울 땅에 전쟁 나서 난마같이 죽은 목숨. 좋은 때를 못 저버려 막걸리에 띄운 국화.중구重九: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 연하輦下: 연(輦)은 임금이 타는 수레, 임금이 타는 수레의 밑이란 뜻으로 서울을 가리킴, 간과干戈: 창과 방패, 전쟁. 난마亂麻: 가닥이 뒤엉킨 삼실, 혼란한 세상. 양신良辰: 좋은 날. 좋은 시절부負: 등지다. 저버리다. 백주白酒: 막걸리, 범泛: 띄우다.*김신윤 金莘尹고려 후기에, 우간의대부, 좌간의대부, 판대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카테고리 없음 2025.12.05

초료(椒聊)-시경.당풍(唐風) 4

초료(椒聊)-시경.당풍(唐風) 4. 椒聊之實 蕃衍盈升 초료지실 번연영승彼其之子 碩大無明 피기지자 석대무명椒聊且 遠條且 초료저 원조저椒聊之實 蕃衍盈匊 초료지실 번연영국彼其之子 碩大且篤 피기지자 석대차독椒聊且 遠條且 초료저 원조저-풀이 주렁주렁 산초 열매 무성하니 됫박에 차네저 그 분은 위대하고 비할 데 없구나주렁주렁 산초, 멀리 가지가 뻗쳤네주렁주렁 산초 열매 무성하니 두 손에 차네저 그 분은 위대하고 중후하구나주렁주렁한 산초, 멀리 가지가 뻗쳤네椒聊(초료) : 주렁주렁한 산초나무의 열매椒(초) : 화초(花椒) 산초(山椒), 분디. 후추의 뜻도 가지나 후추는 열대성과일이라 여기서는 아님산초는 예부터 자손의 번창을 비유하여 쓰인다.聊는 莍(도톨도톨할 구, 씨가 방을 이룬 모양 국)주희는 어조사라 하고, 일설..

카테고리 없음 2025.12.05

모닥불을 밟으며...정호승

모닥불을 밟으며 ... 정호승모닥불을 밟으며 마음을 낮추고그대는 새벽 강변을 떠나야한다떠돌면서 잠시 불을 쬐러온 사람들이추위와 그리움으로 불을 쬘 때에모닥불을 밟으며 꿈을 낮추고그대는 새벽 강변을 떠나야한다모닥불에 내려서 타는 새벽이슬로언제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겠느냐사랑과 어둠의 불씨 하나 얻기 위해희망이 가난한 사람이 되기 위해꺼져가는 모닥불을 다시 밟으며언제 다시 우리가 재로 흩어지겠느냐사람 사는 곳 어디에서나 잠시모닥불을 피우면따뜻해지는 것이 눈물만이 아닌 것을타오르는 것이 어둠만이 아닌 것을모닥불을 밟으며 이별하는 자여우리가 가장 사랑할 때는 언제나이별할 때가 아니었을까바람이 분다모닥불을 밟으며 강변에 안개가 흩어진다꺼져가는 모닥불을 다시 밟으며먼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가는사람들은 모두 꿈이 ..

카테고리 없음 2025.12.05

書皇龍寺雨花門-최홍빈 崔鴻賓

古樹鳴朔吹微波漾殘暉 고수명삭취 미파양잔휘 徘徊想前事不覺淚霑衣 배회상전사 불각루점의고목을 울리며 삭풍이 울고 잔물결에 석양빛이 일렁이누나.서성이며 옛날을 생각하자니 나도 몰래 눈물로 옷깃 적시네.*최홍빈 崔鴻賓, 고려 전기 문인 추정생몰 이력 미상 송나라 學士 호종단胡宗旦이 사신으로 와서 수레軺軒를 타고 경주 황룡사 雨花門 앞을 지나다가그 문기둥에 進士 최홍빈崔鴻賓이 남긴 위의 시를 보고 깜짝 놀라 말하기를‘진실로 세상에 드문 뛰어난 재주로다’ 감탄하고 본국으로 돌아가 복명할 때임금이 東都(경주)의 옛 일을 물으니 위 시를 아뢰었다는 기사가 최자(1188-1260)의 에 전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5.12.04

양지수(揚之水)-시경.당풍(唐風)3

양지수(揚之水)-시경.당풍(唐風)3揚之水 白石鑿鑿 양지수 백석착착素衣朱襮 從子于沃 소의주박 종자우옥旣見君子 云何不樂 기견군자 운하불요揚之水 白石皓皓 양지수 백석호호素衣朱繡 從子于鵠 소의주수 종자우곡旣見君子 云何其憂 기견군자 운하기우揚之水 白石粼粼 양지수 백석린린我聞有命 不敢以告人 아문유명 불감이고인-풀이 부딪혀 흐르는 강물, 백석은 선명하네흰옷에 붉은 자수의 깃, 그댈 쫓아 옥곡으로 가네벌써 군을 뵈었으니 어찌 즐겁지 않다고 말하리오부딪혀 흐르는 강물, 백석은 희다네흰옷에 붉은 자수, 그댈 쫓아 옥곡으로 가네벌써 군을 뵈었으니 어찌 그 우울하다 하리오부딪혀 흐르는 강물, 백석은 맑네내가 왕의 명을 들었으니 감히 남에게 고하지 못하네揚之水(양지수) : 격양(激揚)한 강물. 의 揚은 悠揚(잔잔한 물결)이라는..

카테고리 없음 2025.12.04

불멸의 씨앗-최 명운

불멸의 씨앗-최 명운 태풍, 토네이도, 쓰나미가쓸어가는 것은 약한 것 일부분일 뿐전부를 앗아갈 수는 없습니다삶의 자리가 파괴되면우리는 그곳에 내진설계 하여더 견고한 집을 다시 짓습니다한순간 시련을 극복하고유연하게 마음을 바로잡습니다떠내려간 자리는 상처가 아물듯풀씨가 날아들어 새싹이 자라고회복하며 새롭게 시작합니다좌절을 극복하면 겨울이 올 수 있지만봄도 이어서 오고 꽃도 핍니다놀라운 치유상처는 아물어 단단한 흙이 되고그 위에 뿌리내린 희망의 싹은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우리는 파괴 속에서 창조를 발견하고절망 속에서 더 깊은 의미를 캐냅니다고통의 시간은 우리를 깎아내어더 선명하고 빛나는 존재로 만들고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용기와 인내를 깨워 일으킵니다그러므로 지나간 폭풍을 두려워 않고다가올 내일을 기대..

카테고리 없음 2025.12.04

겸재 정선과 인왕산

인왕산 자락 수성동 계곡의 아름다움을 담은 조선 시대의 그림으로 〈수성동〉이 있다. 이 일대에서 나고 자란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린 것으로서, 수성동을 비롯한 북악산과 인왕산 일대의 빼어난 경치를 그린 그림을 모은 《장동팔경첩》에 실려있다. 돌다리인 기린교(麒麟橋)를 비롯하여 나무 한 그루까지 매우 상세하게 묘사하였으며,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는 모습도 그림에 담았다.서울시가 환경정비사업으로 옥인동 노후 아파트 등을 헐고 수성계곡을 정비하며 발견된 긴돌(長石)이 겸재 선생의 그림에 나타난 교석橋石으로 확인 되어 기린교로 복원 됨 겸재 의 漢陽.漢江-1仁王霽色圖진경산수眞景山水-한양漢陽과 한강漢江-1정선은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를 정립시킨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그중에서 가장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것으..

카테고리 없음 202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