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天尋院壁-李仁老》
待客客未到 尋僧僧亦無
대객객미도 심승승역무
惟餘林外烏 款款勸提壺
유여림외조 관관권제호
<천심원 벽에 쓰다>
손님을 기다려도 오지를 않고 스님을 찾았지만 있지를 않네.
숲 밖의 새들만 남아 있어서
다정하게 한잔하라 권하는구나.
천심원天尋院: 고려 때 개성을 나가는 길목에 있던 원院, 먼길 떠나온 사람을 이곳에 와서 마증했다.
대객待客: 손님을 기다리다.
심尋찾다.
관관款款: 정성스런 모양, 쉼 없이 우는 새 울음소리,
제호提壺: 술병을 당기다. 제호는 중국 음 '티후'로 직박구리의 울음소리를 음차音借 한 것이다.
*기다림
고려조 문신 이인로 李仁老, 1152-1220 의 시 이다.
천심원(天尋院)으로 친구 만나러 나왔다. 따뜻한 봄날, 햇살이 가뭇없이 쏟아져도 오기로한 사람은 소식이 없다. 천심원 다락에 올라앉아 신록 보랴 행인 찾으랴 눈길이 바쁘다. 아까부터 목이 컬컬한 것이 시원한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다. 스님이라도 불러 술 한잔 내오라 할까 싶은데 어찌 된 셈인지 스님들은 그림자도 찾을 수가 없다. 어디 울력이라도 나간 걸까? 술 생각이 난 것은 까닭이 있다. 아까부터 인적 없 는 천심원 주변 숲에서 제호조(提壺島) 즉 직박구리가 술 한잔 드시라고 '제호로(提壺蘆) 제호로!' 하며 울고 있었던 것이다. 기다림은 지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