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나이 들어 머리 희끗해지고 잠이 쏟아져 난로 옆에 앉아 꾸벅거리며 졸게 되거든 이 책을 꺼내 무릎에 놓고 천천히 읽으며 한 때 그대 눈동자가 지니고 있던 부드러운 시선 그리고 그 눈동자가 만든 깊은 음영을 꿈꾸게나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대의 기쁨에 찬 은총의 순간들을 사랑했으며 진실한 사랑이었든 설령 거짓이었든 그대의 아름다움을 사랑했었던가 그러나 한 사람만이 진정 그대 안에 있는 순례자의 영혼을 사랑했으며 바뀌어지던 그대 얼굴의 슬픔을 사랑했나니 붉게 타오르는 장작 옆에 몸을 구부리고 조금은 슬픈 어조로 중얼거리게나 어떻게 사랑이 그대에게서 달아나서 저 멀리 보이는 산 위를 거닐더니 무수한 별들 사이로 얼굴을 감추었는지를 -/윌리엄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 1965-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