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 92

산 / 조동례

산 / 조동례당신을 안기엔 내가 너무 작아당신에게 안기려 내가 다가갑니다오르고 오르면당신 품이려니 생각했는데다가갈수록바라보던 당신은 보이지 않고낯선 잡목만 무성합니다당신 품에 있어도 당신 볼 수 없으니더 오를 무엇도 없어바라보던 곳으로 돌아서는데오르던 길은 우거져 보이지 않고내 안의 그리움만 산이 되었습니다.무장무장 커가는 산이 되었습니다

가을비 - 나 동수

가을비 - 나 동수낮 햇살 아직 뜨거워그늘을 찾았는데나무라듯 비가 내려가을을 재촉합니다.늦게 맺은 열매는아직 알이 작은데가을비는 더 이상젖줄이 되지 못하고밤새 어둠 속에서 그대소슬 소슬 울어도창문을 열지 못하는 것은가을비가 차갑기 때문입니다.밤새 어둠 속에서 그대눈물로 창을 두드려도문을 열지 못하는 것은함께 스며들 그리움 때문입니다.뼛속 깊이 스며드는 가을비는사람을 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뼛속 깊이 스며드는 그리움은영혼을 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거기서 울다-석여공

물고기, 거기서 울다-석여공가끔씩 처마 밑 풍경을 떠나 전생의 바다를 헤엄치듯 청동빛 지느러미 흐느적거리며 떠다니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평생 눈 감고 잠들지 않는 물고기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떠한지 비늘갑옷을 입고 햇빛에 다비되는 것은 어떠한지 마른 지느러미 부서지도록 흔들며 하늘을 날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녹슨 비늘 촛농처럼 떨구며 어느 하늘에서 환속했는지 모르게 그렇게 하늘이 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울 것입니다 빛 바랜 단청의 육송 서까래에서 만다라 피는 거기 목탁소리 맑고 환속한 새들 한 발톱 깃들지 않는 풍경 속 쨍그랑 소리일랑 그리울 것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풍경소리로 우는 것은 하늘을 날고 싶기 때문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17

위로-윤동주

위로-윤동주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뒤뜰 난간과 꽃 밭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 놓았다. 옥외 요양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치어다보기 바르게.....나비가 한 마리 꽃밭에 날아들다 그물에 걸리었다. 노오란 날개를 파득거려도 파득거려도 나비는 자꾸 감기우기만 한다. 거미가 쏜살같이 가더니 끝 없는 끝없는 실을 뽑아 나비의 온몸을 감아 버린다. 사나이는 긴 한숨을 쉬었다.나이보담 무수한 고생 끝에 때를 잃고 병을 얻은 이 사나이를 위로할 말이..... 거미줄을 헝클어 버 리는 것밖에 위로의 말이 없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17

이별의 눈물 ... 이해인

이별의 눈물 ... 이해인모르는 척 모르는 척 겉으론 무심해 보일 테지요 비에 젖은 꽃잎처럼 울고 있는 내 마음은 늘 숨기고 싶어요 누구와도 헤어질 일이 참 많은 세상에서 나는 살아갈수록 헤어짐이 두렵습니다. 낯선 이와 잠시 만나 인사하고 헤어질 때도 눈물이 준비되어 있네요 이별이 눈물은 기도입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라는 순결한 약속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