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2 8

사랑스런 추억(追憶)-윤동주

봄이 오는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停車場)에서 희망(希望)과 사랑처럼 기차(汽車)를 기다려,나는 푸라트·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털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었다.기차(汽車)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봄은 다 가고ㅡㅡ 동경교외(東京郊外) 어느 조용한 하숙방(下宿房)에서, 옛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希望)과사랑처럼 그리워한다.오늘도 기차(汽車)는 몇번이나 무의미(無意味)하게 지나가고,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停車場)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ㅡ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1942년 5월 13일​[출처] 윤동주 시 - 사랑스런 추억(追憶) [하늘과 바람과 ..

카테고리 없음 2025.09.02

何彼襛矣-詩經國風召南

어찌 저리 고을까요 아가위꽃 같아라 어찌 저리 기품있나 공주님의 수레는어찌 저리 고울까요 복사꽃 오얏꽃 같아라 평왕의 손녀딸이 제나라 공자에게 시집가네고기를 낚으려면 실을 꼬아 줄을 삼네 제나라 공자에게 평왕의 손녀 딸이 시집가네*주나라는 희성(姓)이므로 왕희(王)는 주나라 공주를 말하고, 공자(公子) 는 제후의 아들을 말한다. 주나라와 제후국인 제(齊)나라 사이의 결혼을 노래한 시이다. 아가위는 다른 말로 산앵두라고도 하며, 오앗은 자두보다 조금 작은 과일 이다.何彼襛矣 唐棣之華 하피농의 당체지화曷不肅雝 王姬之車 갈불숙옹 왕희지거何彼襛矣 華如桃李 하피농의 화여도리平王之孫 齊侯之子 평왕지손 제후지자其釣維何 維絲伊緡 기조유하 유사이민齊侯之子 平王之孫 제후지자 평왕지손何(하) : 의문형으로 어찌, 왜襛(농)..

카테고리 없음 2025.09.02

낙엽을 흩뿌린 단풍나무-세르게이 예세닌

낙엽을 흩뿌린 단풍나무여, 얼어붙은 단풍나무여 어째서 하얀 눈보라 속에 몸을 굽히 고 서 있나요 아니면 무엇을 보았나요 아니면 무슨 소리를 들었나요시골저편으로 산보라도 나가는 것 같 아요마치 술에 취한 문지기처럼 길가에 서서눈 더미에 빠져 다리가 얼어붙은 거 같아요아, 요즘 웬일인지 나약해진 나는술잔치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고갯버들을 만나고 소나무를 바라보고 눈보라 속에서 그들에게 여름 노래를 불러주었어요나는 마치 한 그루의 단풍나무 같아 요낙엽을 흩뿌린 단풍잎이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해 초록빛으로 남으려는 겸손을 잃어버리고 완전히 바보가 되어마치 타인의 아내인 듯 자작나무를 껴안고 있어요*시:낙엽을 흩뿌린 단풍나무세르게이 예세닌 (Sergey Yesen in, 1895-1925, Russian 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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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기도-이해인

9월의 기도-이해인저 찬란한 태양마음의 문을 열어온 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우울한 마음어두운 마음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꽃 길을 거닐고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자유롭게 비상하 는꿈이 있게 하소서꿈을 말하고꿈을 쓰고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이 가을에떠나지 말게 하시고이 가을 에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카테고리 없음 2025.09.02

다쿠보쿠 시선

다쿠보쿠 시선누가 보아도나를 그리웁게 생각하도록기나긴 편지를 쓰고픈 저녁 무렵오래 오래 잊었던 친구를만난 것처럼기쁜 마음으로 물소리를 듣는다속내를 털어놓지 않던 그 사람이보내 온물망초 꽃도 유별나구나바닷내 나는 북녘 바닷가모래 언덕의 해당화여올해도 피었는가하얀 물결이 밀려와 부서지는하꼬다떼의 오오모리 해변에서생각해 보는 여러 일들 죽도록 내가 취하기를 기다렸다가가지가지의서러운 일들을 속삭이던 사람그 당시 말 하려다가 끝내 말 못한그 이야기는아직도 내 가슴에 간직되어 있어라 산골 아이들산을 그리워하듯슬플 때에는 그대를 그리워하노라 이시가리의 도성 밖에 있는그이의 집능금꽃은 지고 없으리장갑을 벗던 손 문득 멈춘다무엇인지 모를마음을 스치는 추억이 있음이라*이시카와 다쿠보쿠( 石川啄木, 1886년 - 1912년..

카테고리 없음 2025.09.02

그냥 가세요

그냥 가세요흔한 이별이라 여기며저를 두고 가세요가시다 돌아보고 제가 울고 서 있더라도무덤덤히아무일 없는듯그냥 가세요그래도 남은 제가 안스러우면잠시 그대 몸에 잠시 그대 몸에향기없이 초라히 핀시든 꽃이라떠올려 주세요어차피 당신이 없어져야할 꽃서리 내리는 가을이가는 당신 못잡고 일찍 왔다 여기세요봄이 와도 필수 없는 몸가을에 못다 피고당신의 사랑에 진가을 잎이라 여겨즈려밟고 떠나가세요내사랑 밟고 가세요당신 잊어 볼께요

카테고리 없음 2025.09.02

野有死麕-詩經國風召南

야유사균(野有死麕)-詩經國風召南野有死麕 白茅包之 야유사균 백모포지有女懷春 吉士誘之 유녀회춘 길사유지林有樸樕 野有死鹿 임유복속 야유사록白茅純束 有女如玉 백모돈속 유녀여옥舒而脫脫兮 無感我帨兮 서이태태혜 무감아세혜無使尨也吠 무사방야폐들에 죽은 노루 흰 삘기로 싸매니봄 그리는 여자를 좋은 남자가 꾀네숲에는 떡갈 나무 들에는 죽은 사슴흰 삘기로 묶어 옥 같은 여인에게 주는데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제 수건 건들지 마오!삽살개가 짖지 않게 해주오! 하네麕(균) : 노루白茅(백모) : 흰 띠 풀, 삘기吉士(길사) : 좋은 총각樸樕(박속) : 떡갈나무, 작은 나무, 잡목은 작은 나무로 땔감이라 함純(돈) : 묶다, 싸다舒(서) : 천천히 움직이다脫脫(태태) : 느릿느릿.感(감) : 닿다, 부딪치다, 건들다(撼)帨(세) ..

카테고리 없음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