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쿠보쿠 시선
누가 보아도
나를 그리웁게 생각하도록
기나긴 편지를 쓰고픈 저녁 무렵
오래 오래 잊었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물소리를 듣는다
속내를 털어놓지 않던 그 사람이
보내 온
물망초 꽃도 유별나구나
바닷내 나는 북녘 바닷가
모래 언덕의 해당화여
올해도 피었는가
하얀 물결이 밀려와 부서지는
하꼬다떼의 오오모리 해변에서
생각해 보는 여러 일들
죽도록 내가 취하기를 기다렸다가
가지가지의
서러운 일들을 속삭이던 사람
그 당시 말 하려다가 끝내 말 못한
그 이야기는
아직도 내 가슴에 간직되어 있어라
산골 아이들
산을 그리워하듯
슬플 때에는 그대를 그리워하노라
이시가리의 도성 밖에 있는
그이의 집
능금꽃은 지고 없으리
장갑을 벗던 손 문득 멈춘다
무엇인지 모를
마음을 스치는 추억이 있음이라
*이시카와 다쿠보쿠( 石川啄木, 1886년 - 1912년)는 일본 명치시대의 천재 시인으로 일본 문학사에서
우리나라의 김소월씨와 같은 비중과 위치를 차지한다. 평생 가난하게 살다가
지병인 폐결핵으로 26세에 요절하였다. 1910년 시가집 "한 줌의 모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으나
불과 2년 후에 유명을 달리하였다. 유고시집으로 1912년에 펴낸 "슬픈 장난감"이 있다.
여기에 옮긴 시들은 오영진 번역 石川啄木 歌集(1989)에서 발췌했으며 일부 수정했다.
*출처:이동활의음악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