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흩뿌린 단풍나무여,
얼어붙은 단풍나무여
어째서 하얀 눈보라 속에 몸을 굽히 고 서 있나요
아니면 무엇을 보았나요
아니면 무슨 소리를 들었나요
시골저편으로 산보라도 나가는 것 같 아요
마치 술에 취한 문지기처럼 길가에 서서
눈 더미에 빠져 다리가 얼어붙은 거 같아요
아, 요즘 웬일인지 나약해진 나는
술잔치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고
갯버들을 만나고 소나무를 바라보고 눈보라 속에서 그들에게 여름 노래를 불러주었어요
나는 마치 한 그루의 단풍나무 같아 요
낙엽을 흩뿌린 단풍잎이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해 초록빛으로 남으려는 겸손을 잃어버리고 완전히 바보가 되어
마치 타인의 아내인 듯 자작나무를 껴안고 있어요
*시:낙엽을 흩뿌린 단풍나무
세르게이 예세닌 (Sergey Yesen in, 1895-1925, Russian lyric poet)






*그림:Brusilov Stanislav Alexandr ovich
Russian Painter born in 1976, Mosc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