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3 8

만추의 창가에서- / 향린 박미리

만추의 창가에서- / 향린 박미리꽃바람 속 그 행복 이젠 돌아오지 못할 강물인 것을 그런줄 알면서도 사랑아, 너는 왜 부질없는 기다림만 흩어 놓는가 찬란한 꽃구름의 날도 애타던 기다림 의 날도 다 스쳐간 바람의 일인 것을 차라리 사랑의 사연 절절히 품은저기 저 낙엽의 노래나 듣자 펄럭이던 가슴속 잎새도 하나 둘 떨어지고 상념에 겨운 가을도 처량히 먼길 나설 때 낙엽을 몰고 가는 바람 소리, 윙윙대는 삭풍에 행여 다시 그리워 그리워 못 견딜 때면 그 땐 우리 다시 꽃바람 춤추던 그 길에서 불로 만나자 애증 없이 뜨겁던 첫마음 그 가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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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의 힘-최명운

포옹의 힘-최명운​살면서 언제무슨 상실감을 느낄지계획이 틀어질지 모르잖아그때마다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말 없는 손길로 풀어내며그냥 안아주면 돼남이 말하면 너무 쉬운데막상 하려니왜 그리 어려울까?​용기 얻으라고어설픈 말 백 마디보다온몸으로 전하는 진심 하나가장 오래된 언어, 포옹그냥 토닥이며 안아주면그게 힘으로더 먹히는 건 사실인데서로의 온기 나누어우리 그냥 안아주기로 하자기쁠 때나 슬플 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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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보내 편지

11월이 보내 편지시/목필균달력 마지막 장을 남겨두고 은행나무는 빈 가지에 바람을 담고 있다밤새 뒤척이며 썼다가 아침이면 구겨버렸던 소심한 편지가 배달된다수십 년 전 가슴에 그려진 선명한 붉은 흔적은 열 번도 지웠다 펼쳤다 해도 그대로매일매일 쓸려간 시간들 거슬려 갈 수 없는 만큼 주름진 나이에 어느 날 문득 찾아낸 책갈피 속 단풍잎 같은 사랑한 해의 끝자락혜화동 거리가 바람 속에 옷을 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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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고정희

가을 편지... 고정희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가을이 흑룡강 기슭까지 굽이치는 날 무르익을 수 없는 내 사랑 허망하여 그대에게 가는 길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길이 있어 마음의 길은 끊지 못했습니다 황홀하게 초지일관 무르익은 가을이 수미산 산자락에 기립해 있는 날 황홀할 수 없는 내 사랑 노여워 그대 향한 열린 문 닫아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문이 있어 마음의 문은 닫지 못했습니다 작별하는 가을의 뒷모습이 수묵색 눈물비에 젖어 있는 날 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 그대에게 뻗은 가지 잘라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무성한 가지 있어 마음의 가지는 자르지 못했습니다 길을 끊고 문을 닫아도 문을 닫고 가지를 잘라도 저녁 강물로 당도하는 그대여 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 움트는 생각에 바윗돌 눌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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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유(溱洧)-시경.정풍(鄭風) 21.

진유(溱洧)-시경.정풍(鄭風) 21. 溱與洧 方渙渙兮 진여유 방환환혜士與女 方秉蕑兮 사여녀 방병간혜女曰觀乎 士曰旣且 여왈관호 사왈기조且往觀乎洧之外 洵訏且樂 차왕관호유지외 순우차락維士與女 伊其相謔 유사여녀 이기상학贈之以勺藥 증지이작약溱與洧 瀏其淸矣 진여유 유기청의士與女 殷其盈矣 사여녀 은기영의女曰觀乎 士曰旣且 여왈관호 사왈기조且往觀乎洧之外 洵訏且樂 차왕관호유지외 순우차락維士與女 伊其將謔 유사여녀 이기장학贈之以勺藥 증지이작약-풀이 진수와 유수는 세차게 흐르네청춘남녀는 난초를 들고 있구나여자가 볼까요? 말하니 남자는 이미 갔었다고 하네다시 유수 밖을 가서 보니 진짜 넓고도 즐겁구나오로지 청춘남녀는 또 서로를 희롱하며작약을 약속으로 바치네.진수와 유수는 정말 맑구나!청춘남녀가 정말 많이도 모였네여자가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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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나면-월터 드라메어

시간이 치유 못할 슬픔 없고회복하지 못할 상실과 배신도 없으니그것은 영혼의 위안이라무덤이 비록사랑하는 이들과 그들이 함께 누린걸죄다 갈라놓을지라도보라태양은 기분 좋게 빛나고 소나기는 그쳤지않은가꽃들은 아름다움을 뽐내고 날들은 얼마나 화창한가사랑에 혹은 의무에 너무 아파하지 말라오래 잊고 있던 친구들은 삶이 만사를 죽음으로 마무리짓 는 곳에서그댈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아무도 그댈 위해 오래 슬퍼하고 기도하거나 그리워하지 않으리그대 자리 비어 있고 그대 가고 없으니*떠나고 나면-월터 드라메어 (Walter de la Marer, English poet, 1873-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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