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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後-李恒福

雪後(설후)-李恒福(이항복)雪後山扉晩不開(설후산비만불개)溪橋日午少人來(계교일오소인래)篝爐伏火騰騰煖(구로복화등등난)茅栗如拳手自煨(모율여권수자외)눈 온 뒤 산골 집 사립은 저물도록 열리지 않았고시냇가 다리에는 한낮에도 오는 사람이 적었지화로에 묻어둔 불이 무척이나 따스하여주먹만한 산밤을 혼자서 굽는다네[주석]* 山扉(산비) : 산골 집 사립문. / 晩(만) : 저물다, 저물도록. / 不開(불개) : 열지 않다, 열리지 않다.* 溪橋(계교) : 시내에 걸쳐진 다리, 시냇가 다리. / 日午(일오) : 한낮. / 少人來(소인래) : 오는 사람이 적다, 오는 사람이 없다.* 篝爐(구로) : 화로. 본래는 옷을 말리기 위하여 대나무 배롱을 씌운 화로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 伏火(복화) : 불을 묻어두다, 묻어둔 불..

카테고리 없음 2024.11.28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 김용택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 김용택오늘 아침부터 눈이 내려당신이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당신이 그리워지고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눈처럼 불어납니다바람 한 점 없는 눈송이들은빈 나뭇가지에 가만히 얹히고돌멩이 위에 살며시 가 앉고땅에도 가만가만 가서 내립니다나도 그렇게 당신에게 가 닿고 싶어요아침부터 눈이 와내리는 눈송이들을 따라가보며당신이 더 그리운 날그리움처럼 가만가만 쌓이는눈송이들을 보며뭔가, 무슨 말인가 더 정다운 말을드리고 싶은데자꾸 불어나는 눈 때문에그 말이 자꾸 막힙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11.27

[겨울 일기] 함박눈 / 목필균

[겨울 일기]함박눈 / 목필균아침에 눈을 뜨니세상은 온통 은빛 속에 있습니다깃털로 내려앉은 하얀 세상먼 하늘 전설을 물고하염없이 눈이 내립니다오늘 같은 날에는같은 기억을 간직한 사람과따끈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다면예쁜 추억 다 꺼내질 것 같습니다하얀 눈 속에 돋아난 기억 위로다시 수북히 눈 쌓이면다시 길을 내며 나눌 이야기들오늘 같은 날에는가슴으로 녹아드는 눈 맞으며보고싶은 사람을 그리워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11.27

첫눈 오는 날 만나자-/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첫눈이 오면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려서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그리고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

카테고리 없음 2024.11.27

눈꽃 아가-/이해인

눈꽃 아가-/이해인차갑고도 따스하게송이 송이 시가 되어 내리는 눈눈 나라의 흰 평화는 눈이 부셔라털어내면 그뿐다신 달라붙지 않는깨끗한 자유로움가볍게 쌓여서조용히 이루어내는무게와 깊이하얀 고집을 꺽고끝내는 녹아버릴 줄도 아는온유함이여나도 그런 사랑을 해야겠네그대가 하얀 눈 사람으로나를 기다리는 눈나라에서하얗게 피어날 줄밖에 모르는눈꽃처럼 그렇게 단순하고순결한 사랑을 해야겠네

카테고리 없음 2024.11.27

古意呈補闕喬知之-沈全期

古意呈補闕喬知之(고의정보궐교지지)/古意(고의)/獨不見(독불견) 〈古意:보궐(補闕) 교지지(喬知之)에게 드린다〉-沈全期(심전기)盧家少婦鬱金堂(노가소부울금당)海燕雙棲玳瑁梁(해연쌍서대모량)。九月寒砧催木葉(구월한침최목엽)十年征戍憶遼陽(십년정수억료양)。白狼河北音書斷(백랑하북음서단)丹鳳城南秋夜長(단봉성남추야장)。誰謂含愁獨不見(수위함수독불견)更教明月照流黃(갱교명월조류황)。향기 가득한 방에 노가(盧家)의 어린 아낙 화려한 서까래에 살던 제비 한 쌍 같았는데 낙엽 재촉하는 구월 차가운 다듬이 소리에 십 년 넘게 수자리 사는 요양(遼陽)을 생각하네 백랑하(白狼河) 북쪽에선 소식이 끊겼고 단봉성(丹鳳城) 남쪽엔 가을밤 길구나 무엇 때문에 수심 머금고 만나지 못하는지 또 밝은 달만 다시 휘장에 비치게 하면서古意呈補闕喬知之 /..

카테고리 없음 2024.11.27

가을비와 커피 한잔의 그리움 / 이채

가을비와 커피 한잔의 그리움 / 이채 가을비 촉촉히 내리는 날 외로움을 섞은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 것은 살갗 트는 외로움이 젖은 미소로 기웃거리다 가을비처럼 내린다 해도 좋은 것은 젖은 그리움 하나 아직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던 기억 한 스푼으로 넉넉히 삼키는 커피 한잔이 비처럼 추억처럼 가슴 밑동까지 파고 듭니다 가을비 촉촉히 내리면 커피 한잔의 그리움으로 아늑하고 싶은 마음 달래어봐도 짐짓 쓴 커피 맛은 사라지지 않지만 아름다운 추억 한 스푼을 넣은 커피 한잔의 그리움으로 가을비 타고 올 그대를 그리고 싶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11.26

秋雨-張維

秋雨 추우-張維 장유 秋雨晚廉纎 추우만렴섬저녁나절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니輕寒侵薄縑 경한침박겸가벼운 한기가 얇은 이불에 스며드네應催菊花發 응최국화발응당 국화꽃 피라고 재촉하면서故逐暮雲添 고축모운첨저녁 구름을 좇아서 더 내리는구나草浥虫聲苦 초읍충성고풀들은 젖고 벌레들은 괴로워 울고天長雁翅沾 천장안시첨먼 하늘 기러기 날개도 젖었으리라今宵枕上聽 금소침상청오늘 밤엔 베갯머리에서 듣겠구나殘滴灑踈簷 잔적쇄소첨처마 끝에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장유(張維,1587~1638) : 조선시대 좌부빈객, 예조판서, 이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지국(持國), 호는 계곡(谿谷)·묵소(默所).

카테고리 없음 2024.11.26

秋雨-蔡濟恭

秋雨 추우-蔡濟恭 채제공 秋空已澄碧 추공이징벽가을 하늘은 이미 푸르고 맑아야 하는데此雨頗非時 차우파비시이 비는 참으로 때가 아니구나細滴塘心見 세적당심견못에 떨어지는 가는 빗방울을 보니寒聲葉上知 한성엽상지잎 위에 찬 소리 들림을 알겠네江平舍人石 강평사인석강은 사인석 곁을 편평히 흐르고雲罨朴公祠 운엄박공사구름은 박공의 사당을 뒤덮었네田父煩愁思 전부번수사농부들이 답답하고 시름에 겨운 건天陰黍熟遲 천음서숙지날씨가 흐려 곡식이 더디 익기 때문이네*채제공(蔡濟恭,1720~1799) : 조선 후기 강화유수,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백규(伯規), 호는 번암(樊巖) 번옹(樊翁).

카테고리 없음 2024.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