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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보고 싶어요-김용택

늘 보고 싶어요-김용택오늘 가을산과 들녘과 물을 보고 왔습니다. 산골 깊은 곳 작은 마을 지나고 작은 개울들 건널 때 당신 생각 간절했습니다산의 품에 들고 싶었어요, 깊숙이 물의 끝을 따라 가고 싶었어요 물소리랑 당신이랑 한없이 늘 보고 싶어요 늘 이야기하고 싶어요 당신에겐 모든 것이 말이 되어요십일월 초하루 단풍 물든 산자락 끝이나 물굽이마다에서 당신이 보고 싶어서, 당신이 보고 싶어서 가슴 저렸어요 오늘 가을산과 들녘과 물을 보고하루 온종일당신을 보았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20

하루가 끝나고-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하루가 끝나고-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하루가 끝나고 어둠이밤의 날개에서 내린다독수리가 날다 흘린깃털 하나 천천히 떨어지듯마을의 불빛 비와 안갯속에빛나는 걸 보노라니알 수 없는 서글픔 휩싸와내 영혼 그것을 감당할 수 없구나서글픔과 그리움의 느낌아픔이라고는 할 수 없고안개와 비가 비슷하듯그냥 슬픔과 비슷한 어떤 것이리 와 내게 시를 읽어 주오이 산란한 심정 달래고낮의 온갖 상념 몰아내 줄소박하고 감동적인 시를옛 거장들의 시는 그만 두오장엄한 시인들의 시도 그만 두오 그네의 아득한 걸음 소리 아직 시간의 통로에서 메아리치오 저들의 거창한 생각 듣노라면마치 군대의 행진곡처럼싸우고 또 싸우라는 것만 같소허나 오늘 밤 나는 휴식이 그립소소박한 시인의 시를 읽어 주오여름 구름에서 소나기 쏟아지듯아니면 두 눈에 눈물..

카테고리 없음 2025.09.20

靜女-詩經國風邶風

정녀(靜女)靜女其姝 俟我於城隅 정녀기주 사아어성우愛而不見 搔首踟躕 애이불견 소수지주靜女其孌 貽我彤管 정녀기연 이아동관彤管有煒 說懌女美 동관유위 열역녀미自牧歸荑 洵美且異 자목귀제 순미차이匪女之爲美 美人之貽 비녀지위미 미인지이곱고 조용한 여인이 나를 성 모퉁이에서 기다리니숨기나 보이지 않자 머리를 긁고 머뭇거리네.아름답고 조용한 여인이 내게 붓통을 주니붓통이 빨갛네 붓통 네가 예뻐 기쁘네.성밖에서 선물한 개피가 참으로 맛나고 기이하네네가 맛나서가 아니라 미인이 주었기 때문이지靜女(정녀) : 곧고 조용하며 우아한 여인 마서진(馬瑞辰,1782-1853)은 “静은 靖(정)으로 읽어야한다. 착한 여자를 일컬으며 숙녀 또는 석녀(碩女)와 비슷하다”고 했다. (静當讀靖谓善女, 猶云淑女, 碩女也) 姝(매) : 곱다, 예..

카테고리 없음 2025.09.20

가을 기도-하이네

가을 기도-하이네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쓸쓸함으로 그려내는 가을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그려내는 한 폭의 수채화이게 하소서이 가을이 종일토록 내 마음 눈 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 고이 걸어두는 아름다운 가을이게 하소 서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 향기 따라 가을을 실어옴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의 흐느낌 속에 서도 이 가을이 내게 쓸쓸함이지 않게 하소서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 하늘 뭉게구름 피어오르며 청명한 물길 따라 흐를 때 나 혼자 저 높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봄 에 이 가을이 더 이상 외로움을 그려내는 가을이지 않게 하소서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내 고운님을 향한 나만의 곱고 고운 그리움이게 하소서가을 기도 하이네 (Heinrich Hei..

카테고리 없음 2025.09.19

사랑꽃 연가 / 나성산빛길

사랑꽃 연가 / 나성산빛길개망초꽃 설음 다독이며노란 달님이 씨방을 짓고내려앉아 화해의 정 나누던내님 !가녀린 코스모스 꽃잎에가을 햇살로 숨 쉬다가땅거미 어스름 녁달빛 품은 하얀 박꽃의화해가 기다림에 지쳐도이루워 지길 바라는 마음이박각시 꽃으로 함초롬히 핀그대여 기다림에 지처도나풀나풀 나비된 하얀 꽃이브자리 보아 놓고 날아와쉬어 가라고 기다리네달빛 아래 등불 환하게밝혀 놓은 박꽃 사랑하는내 님아!

카테고리 없음 2025.09.19

병원-윤동주

병원살구나무 그늘로 얼골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 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 는다는 이 여자를 찾어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 어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 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 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든 자리에 누워 본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19

북풍(北風)-詩經國風邶風

북풍(北風)北風其涼 雨雪其雱 북풍기량 우설기방惠而好我 携手同行 혜이호아 휴수동행其虛其邪 旣亟只且 기허기사 기극지차北風其喈 雨雪其霏 북풍기개 우설기비惠而好我 携手同歸 혜이호아 휴수동귀其虛其邪 旣亟只且 기허기사 기극지차莫赤匪狐 莫黑匪烏 막적비호 막흑비오惠而好我 携手同車 혜이호아 휴수동거其虛其邪 旣亟只且 기허기사 기극지차북풍이 불어 싸늘하고 눈이 펑펑 내린다따라주고 사이좋은 이와 손잡고 함께 가리어찌 손놓고 느릿느릿하랴 이미 급한데북풍이 휘몰아치고 눈이 펄펄 내린다.따라주고 사이좋은 이와 손잡고 함께 떠나리어찌 손놓고 느릿느릿하랴 이미 급한데붉으면 여우고 검으면 까마귀란 말인가!따라주고 사이좋은 이와 손잡고 수레를 타리어찌 손놓고 느릿느릿하랴 이미 급한데其涼(기량) : 涼은 냉(冷)보다는 덜한 날씨로 싸늘하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19

가까움 느끼기 - 용혜원

가까움 느끼기 - 용혜원 끝도 알 수 없고크기도 알 수 없이 커가는그리움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늘 마주친다고서로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삶을 살다보면왠지 느낌이 좋고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고늘 그리움으로 목덜미를간지럽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까움을 느끼려면모든 껍질을 훌훌 벗어내고정직해야 합니다.진실해야 합니다.솔직해야 합니다. 외로움으로고독만을 움켜잡고야위어만 가는 삶의 시간 속에갇혀있어서는 불행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욱가까워지기를 연습하며서로 사랑하기 위하여묶어 놓은 끈들을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19

안개속... 헤르만 헷세

안개속... 헤르만 헷세기이하도다, 안게속을 편력하는 것은!모든 숲과 들은 외롭고,나무들은 서로를 보지 못해,모두가 다 홀로이도다.내 인생이 아직 밝았을 때는,세상은 내겐 친구들로 가득했었는데이제 안개가 드리워지고 나니누구 한 사람도 더 이상 볼 수 없구나.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이조용히 사람을 분리시키는어둠을 알지 못하는 자,그 사람은 참으로 현명치 못하도다.기이하도다. 안개속을 편력하는 것은!인생이란 외로운 존재,어떤 사람도 타인을 알지 못하니사람은 각자가 홀로이도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