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이해인1.그 푸른 하늘에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오늘은 단풍잎으로 타버립니다밤새 산을 넘은 바람이손짓을 하면나도 잘 익은 과일로떨어지고 싶습니다당신 손 안에2.호수에 하늘이 뜨면흐르는 더운 피로유서처럼 간절한 시를 씁니다당신의 크신 손이우주에 불을 놓아타는 단풍잎흰 무명옷의 슬픔들을다림질하는 가을은총의 베틀 앞에긴 밤을 밝히며결 고운 사랑을 짜겠습니다3.세월이 흐를수록드릴 말씀은 없습니다옛적부터 타던 사랑오늘은 빨갛게 익어터질 듯한 감홍시참 고마운 아픔이여4.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이름 없는 꿈들이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가흙의 향기에 취해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이름 없이 행복한 당신의 내가가난하게 떨어져 누울 날은언제입니까5.감사합니다, 당신이여호수에 가득 하늘이 차듯가을엔 새파란 바람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