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30 5

대숲 아래서-나태주

대숲 아래서시/나태주1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2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득이다 가는 밤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3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4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 안개만이 내 차지다.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

바람의 노래-최 명운

​바람의 노래-최 명운 그, 이 바람은 억새를 악기로내는 소리고저, 이 바람은 잎새를 흔들어나는 소리고아, 이 바람은 솔잎을 두들겨반응하는 소리다바람은 아무리 강해도받아주는 상대가 없다면소리 없는 메아리에 불과하다마주하며 받아 주어야이름다운 소리가 난다그 소리는 때론 스치는 추억을 불러내는 낮고 깊은 탄식이며때론 다시 피어날 희망을 노래하는 높고 맑은 속삭임이다​불어라, 바람이여이 세상 모든 만물에 부딪혀저마다의 고유한 이름과 이야기를 소리로 내어놓아라​나 또한 너를 맞이하는고요한 악기가 되리니그 울림 속에나의 마음을 실어 세상에 전하리라.

한 걸음 / 정연복

한 걸음 / 정연복한 걸음 한 걸음 걷다가 보면 아까는 아득히 멀리 보였던 길의 끝에어느새 내 작은 두 발이 닿아 있다. 두어 뺨쯤밖에 안 되는 한 걸음이하나하나 보태지고 끊임없이 이어지니까 나도 모르게 하나의 길이 완성된 거다.별것 아닌 것 같은 한 걸음 한 걸음에 따라 훗날 내가 걸어온 삶의 길이 모양을 달리하리니지금 이 순간의 한 걸음을 정성껏 조심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