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최 명운
그, 이 바람은 억새를 악기로
내는 소리고
저, 이 바람은 잎새를 흔들어
나는 소리고
아, 이 바람은 솔잎을 두들겨
반응하는 소리다
바람은 아무리 강해도
받아주는 상대가 없다면
소리 없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마주하며 받아 주어야
이름다운 소리가 난다
그 소리는 때론 스치는 추억을
불러내는 낮고 깊은 탄식이며
때론 다시 피어날
희망을 노래하는 높고 맑은 속삭임이다
불어라, 바람이여
이 세상 모든 만물에 부딪혀
저마다의 고유한 이름과
이야기를 소리로 내어놓아라
나 또한 너를 맞이하는
고요한 악기가 되리니
그 울림 속에
나의 마음을 실어 세상에 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