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 57

여름밤이 길어요-한용운

당신이 계실 때에는 겨울밤이 쩌르더니 당신이 가신 뒤에는 여름밤이 길어요책력의 내용이 그릇되었나 하였더니 개똥불이 흐르고 벌레가 웁니다긴 밤은 어디서 오고어디로 가는 줄을 분명히 알았습니다긴 밤은 근심바다의 첫 물결에서 나와서슬픈 음악이 되고 아득한 사막이 되더니필경 절망의 성(城) 너머로 가서악마의 웃음속으로 들어갑니다그러나 당신이 오시면나는 사랑의 칼을 가지고 긴 밤을 깨어서 일천(千) 토막을 내겠습니다당신이 계실 때는 겨울밤이 쩌르더니당신이 가신 뒤는 여름밤이 길어요*한용운(韓龍雲, 萬海, 1879-1944, 승려, 시인,독립운동가)

카테고리 없음 2025.07.26

宿金壤縣- 鷄林 高兆基

宿金壤縣(숙금양현) - 鷄林 高兆基(고조기)鳥語霜林曉(조어상림효) : 서리 내린 새벽 숲에 새들 재잘거리고風驚客榻眠(풍경객탑면) : 평상에서 잠자던 나그네 바람에 놀라네簷殘半窺月(첨잔반규월) : 처마는 이그러져 달이 엿보는데人在一涯天(인재일애천) : 이 몸은 아득히 떨어진 타향에 있네.落葉埋歸路(낙엽매귀로) : 나뭇잎 떨어져 귀로에 쌓이고寒枝罥宿烟(한지견숙연) : 차가운 가지에 안개 희끄므레 어렸네江東行未盡(강동행미진) : 언제나 고향 강동에 돌아갈런지秋盡水村邊(추진수촌변) : 강 마을 어귀에 가을이 저무네.*榻 걸상 탑, 簷 처마 첨, 窺 엿볼 규, 罥 얽을 견*人在(인재) : 이 글에서는 지은이 자신을 가르킴.*고조기(高兆基)는 고려 초기 문인으로 중서시랑평장사(中書侍郞平章事)를 지낸 분이다. 공은..

카테고리 없음 2025.07.25

畵中納凉-시정(詩庭)

寫畵靜中趣  (사화정중취)閑觀意自深  (한관의자심)白雲浮碧漢  (백운부벽한)靑嶂接滄潯  (청장접창심)疑風來拂面  (의풍래불면)消暑入懷襟  (소서입회금)雖是圖中景  (수시도중경)心身覺爽吟  (심신각상음)풀이그림을 그려 고요한 운치를 담고,한가히 바라보니 뜻이 절로 깊도다.푸른 하늘엔 흰 구름이 떠 있고,푸른 산은 푸른 바다에 이어졌네.바람인 듯 홀연히 얼굴을 스치니,더위가 가시며 가슴속까지 시원하도다.비록 그림 속 경치일지라도,몸과 마음이 상쾌함을 느끼며 읊조리네.*위 그림과 시는 작년 티스토리 '시정(詩庭)" 에 올린 것을 Ai (Chat GPT) 의 도움을 받아 정형시(定形詩)로 개작하고 그림도 시문 에 어울리게 손을 댓습니다.참고로 원문을 소개합니다.元文(詩畵) 靑山碧海.畵中避暑-白雲畫一幅畫後 幽深地..

카테고리 없음 2025.07.23

珍島江亭-高兆基

行盡林中路 時回浦口船 水環千里地 山礙一涯天 白日孤査客 青雲上界仙 歸來多感物 醉墨灑江煙 礙: 거리낄 애涯: 물가 애,숲 속 길을 모두 다니고때로는 포구의 배로 돌아온다천리 땅을 물이 두르고하늘 끝을 산이 가로막았으니대낮에 외로이 뗏목을 탄 손님은푸른 구름 속 천상계의 신선인가돌아오니 만물에 감동하여취한 채 시를 적어 강의 안개처럼 흩뿌린다동문선에 실린 고려 전기 문신 고조기(高兆基)의 詩 2수중 하나詩題가 珍島江亭 이니 강가의 정자에서 읊은 詩다. 그리니 장소가 지금의 섬 진도 인지는 의아하다.*다른 풀이숲 길 걸어 끝까지 갔더니, 때마침 포구에 배가 들어온다.물은 천리 땅을 감싸안았고, 산은 하늘 끝을 막아섰구나.한낮 외로이 떼(땟목)를 탄 나그네는, 푸른 구름 위에 오른 신선이 런가!돌아와도 감흥은 ..

카테고리 없음 2025.07.23

安城驛-高兆基

山雨留行客 산우유행객郵亭薄暮時 우정박모시春風無好惡 춘풍무호오物性有參差 물성유참치柳眼已開嫰 유안이개눈花唇欲吐奇 화순욕토기如何雙鬢上 여하쌍빈상不改去年絲 불개거연사산 비에 여행객이 머무르니역마을에 땅꺼미가 진다봄바람은 좋고 싫음이 없으나사물의 성질은 참차 함이 있다 버들눈(새싹)은 이미 곱게 피었고꽃봉오리는 그 기이함을 드러내려는데 어찌하여 내 구레나룻은지난해 흰 머리가 바뀌지 않을까參差(참치로 읽음):들쭉날쭉해 일정하지 않음.薄暮時(박모시): 해질녘.땅꺼미 때好惡(호오): 좋음과 싫음嫰:고울 눈鬢:살쩍 빈 (귀밀털)*이시는 고려 전기 문신 고조기의 시로동문선에 실려있는 두수중 하나이다*고조기(高兆基)고려의 관료. 경서, 사서를 섭렵하고 오언시에 뛰어났다고 전한다탐라(제주) 출신으로 고려조에 ..

카테고리 없음 2025.07.23

비를 맞아도-최 명운

비를 맞아도-최 명운 지독한 열기에 풀잎조차감정 기복 심해져 시들어 갈 때언덕바지 함초롬히 핀 나리꽃이파리에 흑진주 으뜸눈 품고한 치 더 자라햇살을 반기려다웃자란 키에 옆으로 기울어옆으로 쓰러지고 만다쓰러져도 실타래에 의지꽃송인 향기 날려 나비 부르고끝까지 잎에 품은 으뜸눈또로롱 굴려 풀 속에 심는다도라지꽃도 틈새에 껴들게 했었고하늘호록수 역시 비집어 들었지만비를 맞아가는 길이 평탄치 않더라도 무던히 존재를 키우는 인생.

카테고리 없음 2025.07.19

정(情.Affection)-김미애

정(情.Affection)-김미애Stained loveBeloved heartHard longing I can't move away물든 사랑 정들어버린 마음버릴 수 없는 질긴 그리움인데Glimmer illusion even I blink or notIf I wave with my handThe image comes bigger눈을 떠도 감아도 아른거리는 환영손사래로 휘저으면더 크게 오는 모습Granules of regretsMust be relievedThough I put away in order해갈되어져야할미련의 알갱이 갈무리하지만Cavernous bleak in one place of heartBridle of stupidityI can't cut off hard마음 한 자리 이 퀭한 스산함모질게 끊지

카테고리 없음 2025.07.19

노래하고 사랑하라-헤르만 헤세

초록빛 새싹으로 덮힌 기슭에 벌써 제비꽃 푸름이 울려 퍼졌다 오직 검은 숲을 따라서만 아직 눈이 삐죽삐죽 혀처럼 놓여 있다 그러나 방울방울 녹아내리고 있다 목마른 대지에 흡인되어 그리고 저 위 창백한 하늘가에는 양떼구름이 빛 반짝이는 떼를 이뤄 흘러 가고 있다 사랑에 빠진 피리새 울음은 나무 덤불 속 에서 녹는다 사람들아, 너희도 노래하고 서로 사랑하라3월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 German -born poet, novelist and painter)

카테고리 없음 2025.07.16

詩無達誥

詩也無達誥,何能定其價?(시야 무달고, 하능정기가?)字字皆深意,句句若煙霞。(자자개심의, 구구약연하.)薦詩誠爲難,吟詠復何加?(천시성위난, 음영복하가?)若有無價寶,願君載來誇。(약유무가지보, 원군재래과.)-白雲 詩시의 평가는 독자 개개의 주관에 따름이니어찌 그 값을 정할 수 있으랴?글자마다 깊은 뜻이 있고구절마다 안개와 노을 같도다.시를 천거하기란 참으로 어려우니읊고 또 읊는다 해도 무엇을 더하랴?만약 값 매길 수 없는 보물이 있다면부디 가져와 자랑하라..

카테고리 없음 2025.07.15

비오는 날-시정(詩庭)

무더운 여름 숨조차 턱턱 막히던 날들 뒤시원한 단비 가공원의 숲길을 적신다비 내리는초록잎 숲길 터널을 걷노라니땅도 숨 쉬고, 마음도 풀리며세상의 모든 갈증이 씻긴다수목과 흙내음 사이사이위대하신 섭리의 손길그 사랑에 대한 감사 가마음 깊은 곳에서 차오른다오늘 나는 큰 숨을 들이켜며기도하는 마음 경건한 마음으로 이 길을 걷는다. 비오는 날....시정(詩庭)2025년7월 중앙공원에서

카테고리 없음 2025.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