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계실 때에는 겨울밤이 쩌르더니 당신이 가신 뒤에는 여름밤이 길어요책력의 내용이 그릇되었나 하였더니 개똥불이 흐르고 벌레가 웁니다긴 밤은 어디서 오고어디로 가는 줄을 분명히 알았습니다긴 밤은 근심바다의 첫 물결에서 나와서슬픈 음악이 되고 아득한 사막이 되더니필경 절망의 성(城) 너머로 가서악마의 웃음속으로 들어갑니다그러나 당신이 오시면나는 사랑의 칼을 가지고 긴 밤을 깨어서 일천(千) 토막을 내겠습니다당신이 계실 때는 겨울밤이 쩌르더니당신이 가신 뒤는 여름밤이 길어요*한용운(韓龍雲, 萬海, 1879-1944, 승려, 시인,독립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