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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지나간 자리 ...정유찬

그래, 사랑이었다.허망한 느낌과 우울한 고독을순식간에 쓸어버릴,바람 같은 사랑.하지만 사랑이 바람처럼 지나고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하늘이 와르르 무너진다.부서진 구름이 도시를 덮치고,싸늘해진 네가 산기슭을 스쳐가면,수많은 잎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흩어진다.그래,그건 바람이었다.잠든 영혼을 온통 흔들어,새로운 세상을 보려 했던바람이었다.그러나늘 바람이 그렇듯이,세차게 불고 나면, 모습은 보이지 않고황량해진 잔해만 남았다.사정없이 망가진 흔적만 가슴에 남겨두고, 사라져가는 것이 사랑이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25

사랑하는 것은 ... 이해인

사랑하는 것은창을 여는 것입니다.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오래오래 홀로 우는 것입니다.사랑하는 것은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슬픈 것입니다.그러나"사랑합니다."풀꽃처럼 작은 이 한 마디에녹슬고 사나운 철문도 삐걱 열리고길고 긴 장벽도 눈 녹듯 스러지고온 대지에 따스한 봄이 옵니다.사랑하는 것은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강한 것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25

개구리밥(채빈采蘋)-詩經國風召南

개구리밥(채빈采蘋)-시경于以采蘋 南澗之濱 우이채빈 남간지빈于以采藻 于彼行潦 우이채조 우피행료于以盛之 維筐及筥 우이성지 유광급거于以湘之 維錡及釜 우이상지 유기급부于以奠之 宗室牖下 우이전지 종실유하誰其尸之 有齊季女 유기시지 유제계녀어디서 네가래 캐나? 남쪽 골짜기 물가라네어디서 마름을 캐나? 저 길가 괸물에서지그걸 어디에 담지? 광주리와 둥구미라네그걸 어디에 삶지? 발솥과 가마라네어디에 차리나? 종실의 바라지 아래로다누가 그것을 맡나? 제나라 막내딸이 있네于以(우이) : 어디에서蘋(빈,평) : 사엽초, 네가래(빈). 개구리밥(평)澗(간) : 골짜기濱(빈) : 가장자리, 끝藻(조) : 마름(한해살이 수초)行(행) : 길, 도로潦(료) : 고인 물盛(성) : 물건을 용기에 담다(특히 밥,요리 등)筐(광) : 광..

카테고리 없음 2025.08.24

그리움-조지훈

머언 바다의 물보래 젖어 오는 푸른 나무 그늘 아래 늬가 말없이 서 있을 적에 늬 두 눈썹 사이에 마음의 문을 열 고 하늘을 내다보는 너의 영혼을 나는 분명히 볼 수가 있었다늬 육신의 어디메 깃든지를 너도 모르는 서러운 너의 영혼을 늬가 이제 내 앞에 다시 없어도 나는 역력히 볼 수가 있구나아아 이제사 깨닫는다 그리움이란 그 육신의 그림자가 보이는 게 아니라 천지에 모양 지을 수 없는 아득한 영혼이 하나 모습 되어 솟아오는 것임을머언 바다의 물보래 젖어 오는 푸른 나무 그늘 아래 늬가 말없이 서 있을 적에 늬 두 눈썹 사이에 마음의 문을 열 고 하늘을 내다보는 너의 영혼을 나는 분명히 볼 수가 있었다늬 육신의 어디메 깃든지를 너도 모르는 서러운 너의 영혼을 늬가 이제 내 앞에 다시 없어도 나는 역력히 볼..

카테고리 없음 2025.08.23

별 헤는 밤-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카테고리 없음 2025.08.23

저녁은-허형만

어떤 이는 돈에 목말라 하고 어떤 이는 사랑에 목말라 하고 어떤 이는 권력에 목말라 하고 그렇게 목말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금처럼 저녁은 시원한 바람을 강물처럼 풀어 놓는다 지금처럼 저녁은 목말라 하는 자들을 잠 재운다 어찌 어찌 숨어 있는 야생화처럼 영혼이 맑은 삶들만 깨어 있어 갈매빛 밤하늘 별을 무슨 상처처럼 어루만지고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23

기다림은 보이지 않는다-서정윤

기다림은 보이지 않는다 - 서정윤기다린다.죽음을 위해 손 내밀지 않으며목숨을 지키려고 애걸하지 않는다.다만마지막 추수가 끝난 들판에는눈이 내릴 것을 알고기다리며설익은 나를 흔드는 바람에버티고 섰다. 그래 아직도 기다린다.이미 정해진 인연의 '그'라면햇살 따가운 들판에서나를 추스르며 견딜 수 있고새들이 유혹에도 초연할 수 있다. 아직 나를 찾지 못한 그와 연결된가느다란 끈을 돌아보며순간순간 다가오는 절망조차아름답게 색칠을 한다. 그리움은 늘 그대를 향해 달려가고내 기다림의 가을은 보이지 않는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23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천양희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천양희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 하면서나는 그만그 산 넘어버렸지요.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 하면서나는 그만그 강 넘어버렸지요.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 하면서나는 그만그 집까지 갔지요.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 하면서나는 그걸 위해다른 것 다 버렸지요.그 땐 슬픔도힘이 되었지요.그 시간은저 혼자 가버렸지요.그리움은돌아갈 자리가 없었지요.

카테고리 없음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