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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원에 내린 작은 가을-최 명운

시뜨락 시정(詩庭) 2025. 9. 26. 23:13

세미원에 내린 작은 가을-최 명운

연꽃이 진 자리에
주연이 조연으로 교체되듯
쓸쓸히 연밥이 매달리고
수련 곁 벌개미취 피어나니
비로소 가을이네

양수리 연꽃 정원
보살님들 합장 소리 잦아들자
풀벌레 소리 정원을 잠식하듯
가을빛은 눈앞에서 아리다
물결 위로 펼쳐진 기억의 풍경들
빛바랜 여름날의 덧없는 꿈

조석으로 서늘한 바람
강물 위로 춤추는 늦은 해
가을 속에 선명히 되살아나
모두 한때는 뜨거웠던
마음의 꽃잎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