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蘭草

白雲 2023. 10. 7. 04:34

四君子(梅蘭菊竹)의 난초(蘭草)는 주로 春蘭과 建蘭을 다루었는데 풍난을 음미하는데 참고가 될까 하여 난시(蘭詩)와 난초(蘭草)에 관한 명언 등을 소개한다.

가. 난시(蘭詩)
봄을 붙잡으려면
먼저 꽃을 머무르게 해야 한다
봄바람은 꽃을 데리고 가는 것이니
그러나
누가 알랴 이 난초의 향기를
이월에도 삼월에도
오래도록 한결같은 유춘정 아래 난초를.
《양차공 楊次公/유춘정시 留春亭詩》


언덕 밑을 걸으니 훈훈한 향이 풍기네
이미 이 좋은 꽃을 재배하니
가시엔들 어찌 찔리랴
《고려말 충신 이승인(1349~1392)》

난을 내가 사랑하여
갑자기 두 눈이 밝아지네
엷고 푸른 잎은 흐트러져 있고
새로 피어나는 싹은 엷게 푸르구나
고요히 앉아 향기 오기를 기다리니
마음이 저절로 맑아지네
《고려말 이색(1328~1396)》

춘란은 미인과 같아서
꺾지 않아도 스스로 향기를 바친다.
春蘭如美人
不採香自獻
《소식 蘇軾/춘란 春蘭》

눈이 녹지 않은 오솔길
꽃 생각이 많아서
난초 뿌리가 얼음 속에서 솟는다
자라서 복숭아꽃처럼 호화스러운 것은 없으나
그 이름은 항상
산림처사(山林處士)의 집에 있다.
雪徑偸開淺碧花
氷根亂吐小紅芽
生無桃李春風面
名在山林當士家
《양정수 楊廷秀/난화 蘭花》

옥분(玉盆)에 심은 난초
일간일화(一間一花) 기이하다
향풍(香風) 건듯 이는 곳에 십리초목(十里草木) 무안색(無顔色)을
두어라 동심지인이니
채채 백 년 하리라.
《이수강 李洙康》

난초1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난초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난초3
오늘은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나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孤寂)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 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난초4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淨)한 모래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이병기 李秉岐/가람 문선(文選)》

한 송이 난초꽃이 새로 필 때마다
돌들은 모두 금강석(金剛石)빛 눈을 뜨고
그 눈들은 다시 날개 돋친 흰 나비 떼가 되어
은하(銀河)로 은하로 날아 오른다.
《서정주 徐廷柱/밤에 핀 난초(蘭草)꽃》

홀로 외로이 어우러져 향을 내뿜는 난초 잎이여!
《구자운 具滋雲/귀가 歸家》

진실로, 난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자는 한 십리쯤 떨어진 밖에서라도
그 자우룩한 향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어질고 밝은 귀를 가졌을 것이 아니겠는가.
내 잠 안 오는 어떤 새벽에 베개를 고쳐 머리맡에 남루한 이불을 무릅쓰고 돌아 누우며
백설(白雪)이 덮인 산등성이에 추위 타 떨고 있을 어린 뿌리의 싹수를
생각하고 뜬눈으로 밝힌다.
《김관식 金冠植/아란조》

건란(建蘭)은 줄기 끝에 한두 송이 남기고는 죄다 벌어졌다.
약간 붉은 점과 선이 박힌 누르스름한 그 모양이 담박은 할망정 요염치 않고
이따금 그 향은 가는 바람처럼 일어 온다.
단향처럼 쏘지도 않고 수선·매화처럼 상긋하지도 않고 정향.백합처럼 맵지도 않고
장미처럼 달지도 않고 그저 소리도 않고 들린다.
가까이보다 멀리서 더 잘 들린다.
《이병기 李秉岐/건란 建蘭》

난은 잎이 그리는 선의 멋이 아름답고, 비집고 오르는 촉의 아망과 대공이
자라는 우아와 자줏빛 꽃대에 달린 봉오리의 맺음과 벌음, 그리고 꽃바대에
갈무린 암팡진 꽃의 미소가 볼수록 좋다.
더구나 은은하되 짙고, 짙되 맑은 내음의 풍김이 그윽해서 값지다.
그것이 귀하다 보니 매양 우러러지고, 그것이 값지다 보니 한결 부러워져
난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단골이 불어나는 오늘이다.
수수한 춘란은 흔한 만큼 그런 대로 초심(初心)의 반기이고,
한란은 아무래도 손이 자주 간다. 반출을 말리니까 귀해서다.
소심(素心)은 진한 향기에 맛이 다셔지고, 십팔학사(十八學士)는 빳빳한 잎에
어울려 오르는 새 촉의 밋밋과 꽃대의 앙상한 몸매가 사뭇 샌님처럼 의젓하다.

한편 건란(建蘭)은 헌칠한 학의 목처럼 우뚝해서 휘어진 잎이 수려하고, 엄전한
갈색 대공에서 풍기는 청향은 키다리의 싱거움을 감춰서 좋다.
그리고 보세(報歲)는 싱싱한 넓은 잎에 자르르 흐르는 윤기가 왕성한 향수를
자아낸다.

거기에 미욱하게도 지루한 꽃대의 자람이 보는 눈마저 조바시게 하지만,
그러나 일단 솟아오른 대공에 달린 오동통한 꽃봉오리,
흡사 금붕어 조동아리 같은 꽃과 초롱 같은 꽃망울에 조랑조랑 맺혀진
이슬방울이 눈짐작을 어기고 밤새에 벌어진 꽃술을 적시면,ㅂ
멀리서까지 그 향이 번져 온 집안이 향기다. 이른바 청초한
문향(聞香)의 운치가 다북한 난의 울력이다.
《이병도 李丙燾/난 蘭》


난초처럼 자기의 본분을 잘 지키는 꽃도 드물다.
똑같은 봄꽃이면서도 다른 꽃들처럼 그 색채가 야단스럽지 않고 그 모양이
요염하지 않다.
어딘지 모르게 찬 듯하면서도 덥고, 소박한 듯하면서도 아름답다.
그렇기 때문에 그 향기가 유난스럽고 믿음직스러운 것이다.
난향사시(蘭香四時)란 말이 있다.
춘하추동 그 방향(芳香)이 사시(四時)에 떨친다고 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미덕을 두고 하는 말이랴!
흔히 난초의 꽃말은 「미인」이라고들 한다.
그것은 곧 은근한 여성의 미를 단적으로 들추어내는 말인 듯하다.
쪽 곧은 줄기는 만고의 절개를 은은히 말해 주고 있다.
《이숙종 李淑鍾/난초 蘭草》

金正喜 筆 不二禪蘭圖 (종이에 수묵, 55×31.1cm, 개인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