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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雪夜)-김광균

시뜨락 시정(詩庭) 2025. 12. 2. 02:19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 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우에 고이 서리다

*설야(雪夜)
-김광균 (金光均, 대한민국의 시인, 1914-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