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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는 날... 도종환

시뜨락 시정(詩庭) 2025. 12. 2. 01:30

꽃 지는 날... 도종환

슬프지만 꽃은 집니다
흐르는 강물에 실려
아름답던 날이 가고
바람 불어 우리 살에도
소리 없이 금이 갑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살고자 하던
그대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대에게 꽃 지는 날이찾아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대 이기고 지고
또 지기 바랍니다

햇살로 충만한 날이 영원하지 않듯이
절망 또한 영원하지 않습니다

가지를 하늘로
당차게 뻗는 날만이 아니라
모진 바람에 가지가 꺾이고
찢긴 꽃들로 처참하던 날들이
당신을 더욱 깊게 할 것입니다

슬프지만
피었던 꽃이 반드시 집니다
그러나 상처와 아픔도
아름다운 삶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