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7 4

물고기, 거기서 울다-석여공

물고기, 거기서 울다-석여공가끔씩 처마 밑 풍경을 떠나 전생의 바다를 헤엄치듯 청동빛 지느러미 흐느적거리며 떠다니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평생 눈 감고 잠들지 않는 물고기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떠한지 비늘갑옷을 입고 햇빛에 다비되는 것은 어떠한지 마른 지느러미 부서지도록 흔들며 하늘을 날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녹슨 비늘 촛농처럼 떨구며 어느 하늘에서 환속했는지 모르게 그렇게 하늘이 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울 것입니다 빛 바랜 단청의 육송 서까래에서 만다라 피는 거기 목탁소리 맑고 환속한 새들 한 발톱 깃들지 않는 풍경 속 쨍그랑 소리일랑 그리울 것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풍경소리로 우는 것은 하늘을 날고 싶기 때문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17

위로-윤동주

위로-윤동주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뒤뜰 난간과 꽃 밭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 놓았다. 옥외 요양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치어다보기 바르게.....나비가 한 마리 꽃밭에 날아들다 그물에 걸리었다. 노오란 날개를 파득거려도 파득거려도 나비는 자꾸 감기우기만 한다. 거미가 쏜살같이 가더니 끝 없는 끝없는 실을 뽑아 나비의 온몸을 감아 버린다. 사나이는 긴 한숨을 쉬었다.나이보담 무수한 고생 끝에 때를 잃고 병을 얻은 이 사나이를 위로할 말이..... 거미줄을 헝클어 버 리는 것밖에 위로의 말이 없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