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윤동주

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뒤뜰 난간과 꽃 밭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 놓았다.
옥외 요양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치어다보기 바르게.....
나비가 한 마리 꽃밭에 날아들다 그물에 걸리었다.
노오란 날개를 파득거려도 파득거려도 나비는 자꾸 감기우기만 한다.
거미가 쏜살같이 가더니 끝 없는 끝없는 실을 뽑아 나비의 온몸을 감아 버린다.
사나이는 긴 한숨을 쉬었다.
나이보담 무수한 고생 끝에 때를 잃고 병을 얻은 이 사나이를 위로할 말이.....
거미줄을 헝클어 버 리는 것밖에 위로의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