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秋興(추흥) 8수 중 제3수 - 杜甫(두보)
<가을 흥취>
[千家山郭靜朝暉(천가산곽정조휘),
日日江樓坐翠微(일일강루좌취미)。
信宿漁人還泛泛(신숙어인환범범),
清秋燕子故飛飛(청추연자고비비)。
匡衡抗疏功名薄(광형항소공명박),
劉向傳經心事違(유향전경심사위)。
同學少年多不賤(동학소년다불천),
五陵衣馬自輕肥(오릉의마자경비)。
<원문출처> 秋興八首/ 杜甫
全唐詩-卷230/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산성의 많은 집들에 아침 햇빛 고요하고
날마다 강가 누대에서 푸른 산 빛 바라보네.
이틀 밤을 지낸 어부 다시 배를 띄우고
맑은 가을에 제비는 새삼스레 날아다니네.
광형(匡衡)처럼 간언을 올렸지만 공명은 야박하였고
유향(劉向)처럼 경전을 전하려 하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네.
어린 시절 같이 공부한 친구들 모두 빈천하지 아니하여
오릉 땅에서 좋은 옷과 살찐 말 타며 부귀를 누린다네.
○ 千家(천가) : 천호(千戶). 많은 집.
○ 山郭(산곽) : 산성(山城). 기주를 말한다.
○ 朝暉(조휘) : 아침 햇빛.
○ 翠微(취미) : 청산(青山). 청록 빛의 산색(山色).
○ 信宿(신숙) : 이틀 밤.
○ 還泛泛(범범) : 다시 배를 띄움.
○ 故飛飛(고비비) : 새삼스레 분주히 난다. 故는 새삼스레. 짐짓
○ 匡衡功名薄(광형공명박) : 광형처럼 간언을 하였지만 공명은 낮았다. 두보가 좌습유(左拾遗)로 있을 때 패전으로 파면된 재상 방관(房琯)을 변호하다 숙종(肅宗)의 노여움을 사서 부주(鄜州)의 가족에게 돌아오게 된 사실을 말한다. 광형(匡衡)은 한 나라 때 사람으로 자(字)는 치규(雅圭)로 여러 차례 상소를 올려 시정에 대한 간언하여 공을 인정받았다.
○ 抗疏(항소) : 임금에게 상소문을 올림.
○ 劉向(유향) : 전한(前漢) 말기의 학자로 자(字)는 자정(子政)이며,《전국책》을 비롯한 많은 책의 저작자로 한(漢) 성제(成帝)의 명을 받들어 고전의 교정과 정리를 행했다.
○ 傳經(전경) : 경학(經學)을 전수하다.
○ 五陵(오릉) : 장안성(長安城) 북쪽에 있는 한대(漢代) 제왕(帝王)의 묘역(墓域).
○ 輕肥(경비) : 輕裘肥馬(경구비마). 논어(論語) 옹야(雍也)에 공자의 말에 “적(자화)이 제나라에 갈 때에 살찐 말을 타고 가벼운 털가죽 옷을 입었다(赤之造齊也,乘肥馬,衣輕裘.)”. 즉 부자라는 뜻이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는 칠언율시로 당(唐) 대력(大歷) 원년(766) 두보의 나이 55세 때 기주(夔州)에서 지은 작품으로 모두 8수이며 그중 세 번째 수이다. 전년 초여름에 피난지 성도를 떠나 가을에 운안까지 왔다가 병이 심해져 거기서 겨울을 보내고, 기주로 와서 우거할 때 가을이 깊어감에 망향(望鄕)의 정을 노래한 것으로 제3수에서는 두보가 지난날을 생각하며 후회를 하고 친구들도 부귀를 누리고 있을 것이라며 가을날의 심사를 읊은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