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燕歌行-高適

시뜨락 시정(詩庭) 2024. 12. 1. 20:36

燕歌行〈幷序〉(연가행 병서) - 高適(고적)

<序>
開元二十六年(개원이십육년),
客有從御史大夫張公出塞而還者
(객유종어사대부장공출새이환자),
作〈燕歌行〉以示適(작<연가행>이시적),
感征戍之事(감정수지사),
因而和焉(인이화언)。

개원 26년(738), 어사대부인 장공을 따라 변새로 출정하였다가 돌아온 객이 있어 〈연가행〉을 지어 나에게 보였는데, 출정하여 수자리 살던 일에 느낀 바가 있어 화답한다.

○ 燕歌行(연가행) : 원래는 악부(樂府) 고제(古題)이다. 《樂府廣題(악부광제)》에, “연(燕)은 지명이다. 양인(良人:남편)이 연(燕)에서 군역(軍役)에 종사할 때 이 곡을 불렀다고 한다.[燕地名也 言良人從役于燕 以爲此曲]”라 하였다.
○ 張公(장공) : 유주(幽州) 절도사(節度使)였던 장수규(張守珪)이다. 《舊唐書(구당서)》 〈張守珪傳(장수규전)〉에 의하면, 그는 개원 23년 공을 인정받아 보국대장군(輔國大將軍), 우우림대장군겸어사대부(右羽林大將軍兼御史大夫)에 임명되었다. 《四部叢刊(사부총간)》 본에는 ‘御史大夫張公(어사대부장공)’이 ‘元戎(원융)’으로 되어 있다.

漢家煙塵在東北(한가연진재동북),
漢將辭家破殘賊(한장사가파잔적)。
男兒本自重橫行(남아본자중횡행),
天子非常賜顏色(천자비상사안색)。
摐金伐鼓下榆關(창금벌고하유관),
旌斾逶迤碣石間(정패위이갈석간)。
校尉羽書飛瀚海(교위우서비한해),
單于獵火照狼山(선우렵화조랑산)。
山川蕭條極邊土(산천소조극변토),
胡騎憑陵雜風雨(호기빙릉잡풍우)。
戰士軍前半死生(전사군전반사생),
美人帳下猶歌舞(미인장하유가무)。

한나라의 동북지방에서 전쟁이 일어나
한나라 장군은 집 떠나 잔악한 적 물리쳤네
남자는 본래 전장에서 종횡무진하는 것 중시하니
천자가 특별히 총애함에 있어서랴
징을 치고 북 두드려 산해관으로 내려가니
깃발들은 갈석산 사이에 연이어져 있네
교위(校尉)의 우서(羽書)는 사막을 날듯이 건너오고 선우(單于)의 사냥하는 불빛은 낭산을 비추는구나
산천은 황량하여 변방 끝에 달했으니
오랑캐의 기병들은 비바람 몰아치듯 침범한다
병사들은 군진 앞에서 태반이 전사하는데
미인들은 장막 안에서 여전히 춤추며 노래하네

○ 漢家(한가) : 한 대(漢代)이지만, 당대(唐代) 작가들은 왕왕 한(漢)을 빌어 당(唐)의 칭호로 쓰기도 한다.
○ 煙塵(연진) : 봉화의 연기와 흙먼지로서, 전란을 비유한다. 개원(開元) 18년(730) 이후 수년간 당(唐)과 동북(東北)의 거란(契丹)ㆍ해(奚)와의 전쟁이 해마다 끊이지 않았므로 ‘煙塵在東北(연진재동북)’이라 표현한 것이다.
○ 橫行(횡행) : 막힘없이 적진 속을 내달린다는 뜻이다. 이는 《史記(사기)》 〈季布傳(계포전)〉에 번쾌(樊噲)가 “원컨대 십만의 무리를 얻어, 흉노의 가운데에서 마음껏 내달리고 싶다.[願得十萬衆 橫行匈奴中]”라 말한 것에서 유래한다.
○ 賜顔色(사안색) : 총애하다[賞識]의 뜻이다.
○ 摐金伐鼓(창금벌고) : ‘摐(창)’은 악기 따위를 친다[撞擊]는 의미이다. ‘金’은 징[鉦]으로서, 군중의 악기이다. ‘伐鼓(벌고)’는 ‘擊鼓(격고)’와 같은 의미로, 북을 치는 것이다. 옛날에 군대가 행진할 때 징을 치고 북을 두드리며 지휘를 하였다.
○ 楡關(유관) : ‘楡關(유관)’은 곧 산해관(山海關)이다. 지금의 하북성(河北省) 진황도시(秦皇島市) 동북쪽에 위치한 곳으로서, 당시에는 동북의 군사 요충지였다.
○ 碣石(갈석) : 산 이름으로, 지금의 하북성(河北省) 창려현(昌黎縣) 북쪽에 위치해있다.
○ 校尉(교위) : 한대(漢代) 무관(武官)의 명칭이다. 널리 무장(武將)을 일컫기도 한다.
○ 羽書(우서) : 옛날 중국(中國)에서 급(急)한 소식(消息)을 전(傳)하는 때에 깃털을 꽂아서 보냈던 데어서, 군사(軍事)상 급(急)하게 전(傳)하는 격문(檄文)
○ 瀚海(한해) : 지금의 내몽고 자치구 동북부의 대사막 즉 고비사막이다. 당대(唐代)에는 해인(奚人)에 의해 점령당한 곳이었다.
○ 해인(奚人) : 6세기 후반에서 12세기 초반까지 중국 동부 몽골과 중앙아시아 지역에 살았던 종족.
○ 單于(선우) : 고대 흉노 부족 수령의 칭호이다.
○ 獵火(엽화) : 사냥할 때 밝히는 불이다. 고대 유목민족들은 출정하기 전에 대규모의 수렵(狩獵)을 행하여 군사훈련을 하였는데, ‘獵火(엽화)’란 이를 지칭하는 것이다.
○ 狼山(낭산) : 낭거서산(狼居胥山)으로, 지금의 내몽고 자치구 극십극등기(克什克騰旗) 서북쪽에 위치해있다.
○ 憑陵(빙릉) : 세력을 믿고 침범한다는 뜻이다.
○ 美人(미인) : 여기서는 변장(邊將) 군영(軍營)의 가녀(歌女)를 지칭한다.

大漠窮秋塞草腓(대막궁추새초비),
孤城落日鬬兵稀(고성락일투병희)。
身當恩遇恆輕敵(신당은우긍경적),
力盡關山未解圍(역진관산미해위)。
鐵衣遠戍辛勤久(철의원수신근구),
玉筯應啼別離後(옥저응제별리후)。
少婦城南欲斷腸(소부성남욕단장),
征人薊北空回首(정인계북공회수)。
邊庭飄颻那可度(변정표요나가도),
絕域蒼茫更何有(절역창망갱하유)。
殺氣三時作陣雲(살기삼사작진운),
寒聲一夜傳刁斗(한성일야전조두)。
相看白刃血紛紛(상간백인혈분분),
死節從來豈顧勳(사절종래기고훈)。
君不見沙場戰苦(군불견사장정전고)
至今猶憶李將軍(지금유억리장군)。

큰 사막은 가을이 깊어 변새의 풀들 시들어지고
외로운 성에 해 지는데 싸우는 병사 드물다
몸은 나라의 은혜 입어 항상 적을 경시하지만
병사는 온 힘 다해 관산에서 싸워도 포위를 풀지 못한다
철갑옷 입고 멀리 수자리 사니 고통과 수고가 오래되었고
아내는 옥같은 두 줄기 눈물 이별 후에 응당 흘렸으리라
어린 아내는 성남(城南)에서 애간장 끊어지려 하는데
원정 간 남편은 계북(薊北)에서 공연히 고개만 돌려보네
변방은 아득하니 어찌 건널 수 있으랴
넓고 먼 외딴 땅에 무엇이 있으리오
살기(殺氣)는 하루 종일 서려 전운(戰雲)을 만들어내고
밤새도록 차가운 조두(刁斗) 소리 전해오네
바라보니 흰 칼날에 혈흔이 군데군데
예로부터 절개에 죽지 어찌 공훈을 돌아보랴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사막에서 싸움하는 고통을
지금도 여전히 이장군을 그리워하고 있다네

○ 窮秋(궁추) : 깊은 가을을 의미한다.
○ 腓(비) : 본래는 ‘아프다’ 혹은 ‘병들다’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풀이 마르고 시들었다는[枯萎] 의미이다. ‘衰(쇠)’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 玉筯(옥저) : 본래는 옥으로 만든 젓가락이다. 고대에는 옥저(玉筯)로써 아녀자가 흘리는 눈물을 비유하곤 하였다. 여기서는 전사(戰士)의 처자가 흘리는 눈물을 비유한 것이다.
○ 薊北(계북) : 계주(薊州) 이북(以北) 지방으로, 당대(唐代)에는 계주주치(薊州州治)가 지금의 하북성 계현(薊縣)에 있었다.
○ 邊庭飄颻那可度(변정표요나가도) : 이 구절은 ‘변방에 부는 바람을 타고 어떻게 하면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까’ 또는 ‘변방은 넓고 멀어 어찌 측량할 수 있으랴’로 풀이하기도 한다.
○ 更何有(갱하유) : ‘無所有(무소유)’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 陣雲(진운) : 전운(戰雲)과 같은 말이다. 살기등등함이 마치 구름처럼 진(陣)을 이룬다는 뜻이다.
○ 刁斗(조두) : 군중(軍中)에서 쓰는 동(銅)으로 만든 그릇으로, 낮에는 취사도구로 쓰다가 밤에는 그것을 두드려서 시간을 알리는 용도로 썼다.
○ 李將軍(이장군) : 한대(漢代)의 명장 이광(李廣)을 지칭한다. 《史記(사기)》 〈李將軍列傳(이장군열전)〉에 의하면, 그는 무제(武帝) 때 우북평태수(右北平太守)가 되어 흉노를 막아내었는데 용감하게 전쟁에 임했을 뿐만 아니라 사졸들을 매우 아껴 고락(苦樂)을 함께 나누었던 인물이었다 한다.

*고적(高適) : 당나라 시인으로 기원 706년에 태어나서 765년에 죽었다. 자는 달부(達夫)이고 지금의 하북성 경현(景縣)인 발해(渤海) 인이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이 가난하여 20세 경에 장안으로 들어가 벼슬을 구하려 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양(梁)과 송(宋) 땅을 10여 년간에 유랑하며 빈한하게 지냈다. 그 기간 동안 고적은 이백(李白)과 두보(杜甫)와 교우를 맺어 같이 수렵을 나가 시를 쓰며 소일했다.

<원문출처>
燕歌行〈幷序〉 / 作者:高適 唐
全唐詩·卷213 / 本作品收錄於:《唐詩三百首》 /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