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遊廣桑山(몽유광상산)-許蘭雪軒
<꿈에 노닐던 광상산>
碧海浸瑤海(벽해침요해) :
벽해는 아름다운 요해에 젖어 들고
靑鸞倚彩鸞(청난의채난) :
푸른 난새는 곱디 곱게 채색한 난새와 어울리네
芙蓉三九朶(부용삼구타) :
연꽃 27송이는 시들어가고
紅墮月霜寒(홍타월상한) :
떨어진 붉은 꽃은 달빛 아래에서 서리에 차갑네
*주해
1)碧海(벽해) : 푸른 바다-푸른 색 구슬의 바다, 아름다운 천상세계.
2)瑤海(요해) : 아름다운 옥구슬 바다-흰 옥구슬의 바다, 아름다운 신선세계.
3)靑鸞(청난) : 푸른 난새(상상의 새)
4)彩鸞(채난) : 고운 색으로 장식한 난새(상상의 새)
5)芙蓉(부용) : 연꽃으로 작자를 상징
6)三九(삼구) : 27세
7)霜寒(상한) : 서리 내린 추운 곳, 즉 죽음을 상징.
8)廣桑山(광상산) : 신선 세계의 아름다운 곳 십주(十洲)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곳. 혹시 난설헌께서 두 자녀가 묻혀 있는 이곳(경기도 광주 경수마을, 현 묘소 자리)을 일컬은 것은 아닐지.
9)1(기), 2(승)행에서는 댓구를 이루며 천상세계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렸는데, 1행에서는 푸른 구슬과 옥구슬이 폭포의 계곡물을 타고 내려 오는 신선세계의 아름답고 조화로운 모습을, 2행에서는 천상세계 하늘에서 난새 암수 한 쌍의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을 그렸다.
3행(전)에서는 1,2행과 대조를 이루는 분위기로 반전되어 지상세계에서 생명 다한 아름다웠던 한 생명체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 주고, 4행(결)에서는 죽음의 무상과 허무와 슬픔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현실에서는 목숨이 다한 자신(3,4행)이 천상세계에서의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간절히 희구한 것(1,2행) 인듯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589) 본관 양천(陽川), 호는 난설헌(蘭雪軒). 별호 경번(景樊). 본명 초희(楚姬). 명종 18년(1563년) 강원도 강릉(江陵)에서 출생하였다.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許筠)의 누나이다.
이달(李達)에게 시를 배워 8세 때 이미 시를 지었으며 천재적인 시재(詩才)를 발휘하였다. 1577년(선조 10) 15세 때 김성립(金誠立)과 결혼하였으나 원만하지 못했다고 한다.
연이어 딸과 아들을 모두 잃고 오빠 허봉(許峯)이 귀양을 가는 등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시작(詩作)으로 달래어 섬세한 필치와 여인의 독특한 감상을 노래했으며, 애상적 시풍의 특유한 시 세계를 이룩하였다.
허난설헌이 죽은 후 동생 허균이 작품 일부를 명나라 시인 주지번(朱之蕃)에게 주어 중국에서 시집 난설헌집이 간행되어 격찬을 받았고 1711년 분다이야 지로(文台屋次郞)에 의해 일본에서도 간행되어 일반인에게도 널리 애송되었다.
선조 22년(1589년) 27세로 요절하였으며 유고집에 蘭雪軒集이 있다.
작품으로는 시에 유선시(遊仙詩), 빈녀음(貧女吟), 곡자(哭子), 망선요(望仙謠), 동선요(洞仙謠), 견흥(遣興) 등 총 142수가 있고, 가사(歌辭)에 원부사(怨婦辭), 봉선화가 등이 있다.
허난설헌은 불행한 시집살이를 이어가다 결국 27세에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가 서리에 맞아 붉게 떨어지는 것에 비유하여 몽유광상산시(夢遊廣桑山詩, 꿈에 광상산에서 노닐다)와 한 많은 삶을 짧게 살다 간 그녀가 남긴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