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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윤동주

뜨락 시정(詩庭) 2024. 2. 15. 05:43

<편지>-/윤동주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