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균(溫庭筠)의 「보살만(菩薩蠻) 詞
푸른 꼬리 금빛 깃털 물수리 한 쌍
(翠翹金縷雙鸂鶒),
물결무늬 살짝 이는 봄 연못이 파라네
(水紋細起春池碧).
연못가 해당화는
(池上海棠梨)
비 갠 후 가지를 붉은 꽃으로 채웠구나
(雨晴紅滿枝).
수놓은 저고리로 보조개를 살짝 가리는데
(繡衫遮笑靨)
안개처럼 무성한 풀에는 나비가 달라붙었네
(烟草粘飛蝶).
청색 창살 밖엔 향기로운 꽃들이 만발한데
(靑瑣對芳菲)
옥문관 너머 임 소식은 드물기만 하구나
(玉關音信稀).
*온정균(溫庭筠, 812∼870)은 만당(晩唐)의 시인으로 노래 가사를 잘 지어서 이름이 높았다.
제목의 보살만(菩薩蠻)은 기루에서 주로 불리던 노랫가락의 한 종류이다. 온정균은 이 노랫가락에 맞추어 여러 편 작품을 지었는데, 이 작품은 그중 한 편이다.
봄의 화려한 색채감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아름답게 꾸민 여성을 화자로 내세워 변방으로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다. 생동감 넘치는 봄 풍경, 잘 꾸민 옷차림이 쓸쓸한 마음과 대비되면서 임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