賣炭翁(매탄옹)
(苦宮市也)-白居易(백거이)
<숯 파는 노인>

賣炭翁(매탄옹),
伐薪燒炭南山中(벌신소탄남산중)。
滿面塵灰煙火色(만면진회연화색),
兩鬢蒼蒼十指黑(양빈창창십지흑)。
賣炭得錢何所營(매탄득전하소영)?
身上衣裳口中食(신상의상구중식)。
可憐身上衣正單(가련신상의정단),
心憂炭賤願天寒(심우탄천원천한)!
夜來城外一尺雪(야래성외일척설),
曉駕炭車輾冰轍(효가탄거전빙철)。
牛困人飢日已高(우곤인기일이고),
市南門外泥中歇(시남문외니중헐)。
翩翩兩騎來是誰(편편량기래시수)?
黃衣使者白衫兒(황의사자백삼아)。
手把文書口稱敕(수파문서구칭칙),
迴車叱牛牽向北(회거질우견향북)。
一車炭重千餘斤(일거탄중천여근),
宮使驅將惜不得(궁사구장석부득)!
半疋紅紗一丈綾(반필홍사일장릉),
繫向牛頭充炭直(계양우두충탄직)!
<원문출처>
賣炭翁-(苦宮市也) / 作者:白居易
本作品收錄於:《新樂府》 /全唐詩 卷四百二十七-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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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 파는 노인(궁시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다)>
숯 파는 노인,
남산에서 나무를 베어 숯을 굽고 있다네.
얼굴 가득 먼지와 재를 뒤집어쓴 그을음 색이고
양 귀밑머리는 세었고 열 손가락은 새까맣게 되었네.
숯 팔아 돈 생기면 무엇에 쓸까?
몸에 걸칠 옷과 입에 넣을 음식이라네.
가련하게도 몸에 걸친 것은 홑옷이지만
마음으로는 숯 값이 싸질까 봐 날씨가 춥기를 바란다네!
밤사이 성 밖에 눈이 한 자나 쌓였으나
새벽에 숯 실은 수레를 몰고 얼어붙은 길을 삐걱거리며 왔네.
소는 지치고 사람은 허기지고 해는 이미 높이 솟아 시장 남문 밖에 이르러 진흙 속에서 쉬었다네.
펄럭이며 말 타고 오는 두 사람은 누구일까?
노란 옷의 칙사와 흰 옷의 애송이가 달려오네.
손에 문서를 들고 칙명이라 외치면서
수레를 돌려 소를 몰아 북쪽으로 끌고 가네.
수레에는 천 여근이 넘을 숯이 있건만
대궐 심부름꾼이 몰아가니 아까운들 어찌하나!
붉은 명주 반 필과 비단 한 길을
소머리에 매어 보내고 숯 값으로 친다네!
○ 輾氷轍(연빙철) : 얼어붙은 바퀴 자국이 겉돌아 고생을 하다. 輾은 삐걱거릴 ‘년(연)’. 氷轍(빙철)은 얼어붙은 바퀴자국. 轍은 바퀴 자국 ‘철’
○ 翩翩(편편):거들거리는 기색(氣色)이 있는 모양. 가볍게 나부끼거나 훨훨 나는 모양
○ 白衫兒(백삼아) : 흰 옷을 입은 젊은 병졸. 애송이.
○ 口稱敕(구칭칙) : 입으로는 칙명이라고 떠들어댄다.
○ 驅將(구장) : 몰고 간다. 將은 어조사.
○ 惜不得(석부득) : 아까운들 어찌하나. 不得(부득)은 ‘~할 수 없다’의 뜻.
○ 紅紗(홍사) : 붉은 명주.
○ 一丈綾(일장릉) : 한 길의 능라 비단.
○ 炭直(탄직) : 숯 값. 直(직)은 “值(치)”와 통한다.
*이 시는 신악부(新樂府)의 제32수로 매탄옹은 숯 파는 노인이 포악한 관권에 유린되고 수탈되는 참상을 고발한 시이다. 시 제목의 주(注)에 ‘苦宮市也(고궁시야)’로 되어 있으며 궁시(宮市)는 당나라 때 궁중에서 필요한 물자를 강제적으로 싼 값으로 수매하는 기관으로 주로 환관이 나서서 거래했으며 결국은 국민의 재산을 수탈하는 기관으로 타락하게 되었던 곳이다.
백거이(白居易)는 35세에 주질현위(盩厔縣尉)가 된 것을 시작으로 한림학사(翰林學士), 좌습유(左拾遺)를 역임하였으며 이 무렵 당시 사회나 정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신악부(新樂府)」라 불리는 작품들을 많이 지었다. 곽무천(郭茂倩)의 《樂府詩集(악부시집)》 〈新樂府辭(신악부사)〉에 “신악부(新樂府)는 모두 당나라 때 새로 지어진 노래이다. 가사는 실상 악부이면서도 음악에 쓰이지는 않았으므로 신악부(新樂府)라 한다.[新樂府者 皆唐世之新歌也 以其辭實樂府 而未嘗被于聲 故曰新樂府也]”라고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