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山居-懶翁禪師

시뜨락 시정(詩庭) 2024. 12. 16. 02:09

懶翁和尙歌頌3-山居산거
<산에서 살며>

一鉢一甁一瘦藤  
발우 하나 물병 하나 가느다란 지팡이 하나
深山獨隱任騰騰  
깊은 산 홀로 숨어 마음대로 하며 사네.

携籃採蕨和根炙  
바구니 들고 고사리 캐어 뿌리채 삶기도 하지만
衲被蒙頭我不能  
누더기를 머리까지 둘러쓰는 일 할 수가 없네.

我有眞空無事禪  
나에게 진공(眞空) 무사(無事)의 선이 있으니
巖間倚石打閑眠  
바위 사이 돌에 기대어 한가로이 잠을 자지.

有人忽問向奇特  
어떤 사람이 특별한 무엇이 없는가 묻건만
一領鶉衣過百年  
메추라기 꽁지처럼 헤진 옷 한 벌로 백 년을 보낸다오.


松窓盡日無塵鬧  
소나무 보이는 창문엔 하루 종일 아무 번잡한 일이 없고
石槽常平野水淸  
돌 물통은 항상 평온하고 고인 물도 맑아라.

折脚鐺中滋味足  
다리 부러진 솥엔 맛있는 음식이 풍족한데
豈求名利豈求榮  
어찌 명리를 찾고 영화를 구하리오?


白雲堆裏屋三間  
흰 구름 쌓인 곳에 세 칸 집
坐臥經行得自閑  
앉든 눕든 거닐든 절로 한가로와라.

磵水冷冷談般若  
차가운 석간수는 반야를 이야기하며 흐르고
淸風和月遍身寒  
맑은 바람은 달과 함께 온 몸을 시원하게 하네.

幽巖靜坐絶虛名  
깊은 바위 속에 고요히 앉아 헛된 명성 끊고
倚石屛風沒世情  
돌 병풍에 기대 앉으니 세속의 정이 사라지네.

花葉滿庭人不到  
꽃과 잎이 사람 오지 않는 뜰에 가득하고
時聞衆鳥指南聲  
때때로 들려오는 뭇 새소리는 나를 깨우치는 소리라.

深山竟日無人到  
깊은 산 종일토록 오는 사람 아무도 없고
獨坐茅菴萬事休  
암자에 홀로 앉으니 아무 일도 없구나.

三尺柴扉推半掩  
조그만 사립문은 반쯤 닫혀 있고
困眠飢食任逍遙  
피곤하면 잠을 자고 배고프면 밥을 먹으며 자유롭게 지내노라.

我自居山不厭山  
나 스스로 산에 살면서 산을 싫어하지 않으니
柴門茅屋異人間  
사립문과 띠집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淸風和月簷前拂  
맑은 바람과 달은 처마 앞을 스치고
磵水穿胸洗膽寒  
석간수는 차가와 가슴을 뚫고 쓸개를 씻어 주네.

無端逐步到磎邊  
그저 발 가는 대로 시냇가에 이르니
流水冷冷自說禪  
흘러가는 차가운 물 절로 선(禪)을 이야기하네.

遇物遇緣眞體現  
사물을 만나거나 인연을 만나거나 참된 본체가 드러나니
何論空劫未生前  
아득한 과거, 부모가 나를 낳기 전을 따져 무엇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