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秋興(추흥) 8수 중 제5수 - 杜甫(두보)
<가을 흥취>
[五]
蓬萊宮闕對南山(봉래궁궐대남산),
承露金莖霄漢間(승로금경소한간)。
西望瑤池降王母(서망요지강왕모),
東來紫氣滿函關(동래자기만함관)。
雲移雉尾開宮扇(운이치미개궁선),
日繞龍鱗識聖顏(일요용린식성안)。
一臥滄江驚歲晚(일와창강경세만),
幾回青瑣照朝班(기회청쇄조조반)。
<원문출처> 秋興八首/ 杜甫
全唐詩-卷230/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봉래궁(蓬萊宮)의 문은 종남산과 마주하고
승로반(承露盤)의 구리 기둥은 하늘 사이에 솟아있네.
서쪽 요지(瑤池)를 바라보니 서왕모(西王母)가 내려오고
동쪽에서 상서로운 기운 다가와 함곡관(函谷關)에 가득 차네.
구름이 움직이는 듯 꿩 깃으로 장식한 궁선(宮扇)이 열리고,
태양이 곤룡포(袞龍袍)를 감싸듯하니 천자의 용안(龍眼)을 알현하네.
창강(滄江)에 한 번 누워 한 해가 저물어가는 감에 놀라니
청쇄문(靑瑣門)에서 점호를 받았던 것이 몇 번이었던가.
○ 蓬萊(봉래) : 봉래궁(蓬萊宮). 당나라 장안에 있던 궁전의 이름. 원래는 대명궁(大明宮)이었는데 고종(高宗) 때 확장공사를 하여 봉래궁으로 이름을 고쳤다.
○ 南山(남산) : 終南山(종남산). 섬서성(陝西省) 장안(長安)ㆍ성남(城南) 오십 지리(五十支里)의 종남(終南 : 秦嶺) 산맥(山脈) 중의 한 봉우리
○ 承露金莖(승로금경) : 승로반(承露盤)의 동주(銅柱). 승로반은 한(漢)나라 무제(武帝)가 이슬을 받는 구리 쟁반을 만드니 높이가 30장(丈)이요 크기가 열 아름이었다 한다. 위에 仙人掌(선인장:신선의 손바닥)이 있어서 옥잔을 받들어 구름 밖의 이슬을 받는데, 여기에 옥가루를 타서 마시면 장생불사할 수 있다고 한다. 金莖(금경)은 승로반을 받쳐 세우고 있는 구리 기둥을 말한다.
○ 霄漢(소한) : 하늘을 말하며 조정(朝廷)을 비유하기도 한다.
○ 瑤池(요지) : 신선이 사는 못으로 중국 곤륜산(崑崙山)에 있고,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서왕모(西王母)를 만났다는 곳이다. 곤륜산 정상에는 요지(瑤池)란 연못이 있어 밤에 천상에서 신선들이 용이나 기린, 또는 봉황을 타고 내려온다.
○ 王母(왕모) : 서왕모(西王母). 중국 전설상의 여신이며, 곤륜산에 산다고 한다. 성은 양(楊), 이름은 회(回)였다고 한다. 인간의 재앙과 오형(五刑)을 관리한다고 한다.<산해경 서산경>
○ 紫氣(자기) : 상서로운 기운. 성인(聖人).
○ 函關(함관) : 함곡관(函谷關). 지금의 하남성(河南省) 영보현(靈寶縣) 지역에 있다. 열선전(列仙傳)에 “청우(靑牛)를 탄 노자가 함곡관(函谷關)을 지날 때 그곳 관령(關令) 윤희(尹喜)가 간청하여 도덕경을 남겼다.”고 하였다.
○ 雲移雉尾開宮扇(운이치미개궁선) : 구름이 움직이는 듯 꿩 깃으로 장식한 둥근 부채가 열린다. 치미(雉尾)는 꿩 꼬리털로 장식한 것을 말하며, 궁선(宮扇)은 둥근 부채로 천자가 옥좌로 나아갈 때 궁녀들이 부채를 가리고 있다가 여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 日繞龍鱗(일요용린) : 태양이 곤룡포를 에워싸다. 용린(龍鱗)은 용의 비늘. 황제의 옷은 황룡(黃龍)을 수놓은 옷을 입었는데 이를 곤룡포(袞龍袍)라고 한다.
○ 滄江(창강) : 장강(長江)을 말한다.
○ 青瑣(청쇄) : 문하성(門下省)의 궁문(宮門)으로 청쇄문(靑瑣門)을 말한다. 남내(南內)에 있는데, 문 위에 조그만 옥고리(瑣環)가 새겨져 있고 그것을 푸른색으로 칠해놓아서 청쇄문이라 이름한 것이다.
○ 照朝班(조조반) : 點朝班으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으며 조정에 나가 점호(點呼)를 받음을 말한다. 朝班(조반)은 조회(朝會)에 참여하는 벼슬아치의 벌여 서는 차례를 말한다.
*두보의 秋興 8수중 다섯 번째 수이다.
기주로 와서 우거할 때 가을이 깊어감에 망향의 정을 노래한 것으로 제5수에서는 당(唐)의 궁전을 한(漢)나라의 궁전에 비유하고 황제와 황후가 조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서왕모와 함곡관을 인용하여 웅장한 모습으로 회상하였다. 또한 자신은 기주에 있으면서 늦은 가을 생각해보니 벼슬하면서 궁전에 있었던 자신이었지만 그 기간이 짧았음을 회고하였다.
황제가 조회하는 모습은 왕유(王維)의 <화가지사인조조대명궁지작(和賈至舍人早朝大明宮之作)>이 참고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