竹里館죽리관
盛唐성당 王維왕유(699 추정 ~ 759)
獨坐幽篁裏 독좌유황리에
彈琴復長嘯 탄금부장소라
深林人不知 심림인부지한데
明月來相照 명월래상조라
<죽리관에서>
홀로 그윽한 대숲에 앉아서
거문고 뜯고 다시 길게 휘파람 분다.
깊은 숲이라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데
밝은 달이 찾아와 비춰준다.

*“시 속에 그림이 들어 있다(詩中有畵) 그림 속에 시가 있다(畵中有詩)”라고 소동파의 평가를 받으며, 이백李白을 시선詩仙, 두보杜甫를 시성詩聖이라 하는데 왕유는 ‘시불詩佛’이라는 칭호를 얻은 자연시인이다. 여기서도 시인은 대숲 속 별관別館의 맑고 그윽함에 젖어 밝은 달을 벗하며 유유자적하는 가운데 선취의 환희에 빠져 있으니, 세상일에 초연超然한 모습이다. 따라서 이 시를 돈오적頓悟的인 깨달음으로 다시 풀어본다면, “홀로 그윽한 대숲에 앉아/ 화두話頭를 들다 자아를 깨닫는다./ 부처님의 깨달음 깊고 깊어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데/ 나는 밝은 달과 하나 되어 무아無我의 기쁨 누린다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竹里館: 대나무 숲속에 지은 집, 왕유의 망천별장輞川別莊에 있다고 한다.
*幽篁: 그윽한 대숲을 뜻한다.
*彈琴: 거문고나 가야금 등을 탄다는 뜻이다.
*長嘯: 길게 내는 휘파람을 분다는 뜻이다.
*相: 한시漢詩에서 ‘서로 상相’을 의미 없이 사용하는 경우이므로 여기서는 해석을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