渡湘江/당唐 두심언杜審言
<상강湘江을 건너며>
遲日園林悲昔遊
봄날의 원림 옛날 추억에 젖게 하니
今春花鳥作邊愁
올 봄의 꽃과 새는 시름만 자아내네
獨憐京國人南竄
도성에서 남으로 유배 가는 가련한 신세
不似湘江水北流
북쪽으로 흘러가는 상강만도 못하구나
*두심언(杜審言, 645~708)은 두보의 조부로 이 시는 두심언이 705년에 유배를 가다가 상강을 건너며 지은 시이다. 당나라 태종을 이어받은 고종의 아들 중종은 즉위하던 해에 바로 자신의 어머니인 칙천무후(則天武后)에게 폐위되었는데 칙천무후가 나중에 병들었을 때 신하들이 중종 복위를 추진하였다. 이 때가 바로 두심언이 61세 되는 705년이 된다.
칙천무후 총신 중에 장역지(張易之)가 있었는데 두심언이 이 사람과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반정 세력에 의해 유배를 가게 된 것이다. 이 때 두심언의 유배지는 하내(河內), 즉 지금의 하노이인데 당시엔 봉주(峰州)로 부르던 곳이다. 오늘날도 장안에서 하노이까지는 먼 거리인데 당시로서는 아주 멀 뿐만 아니라 생활환경도 안 좋은 곳이었다.
*상강이라는 곳은 <소상팔경도>의 무대가 되는 바로 그 곳이다. 상강은 광서성과 광동성에서 발원하여 형양(衡陽)과 장사(長沙)를 거쳐 동정호를 향해 북류하는 물이다. 동정호의 물은 바로 장강 대하로 합류한다. 두심언이 월남을 가려면 장사(長沙)를 거쳐 오령을 넘어야 하는데 오령을 넘기 전에 이 물을 건너야 한다. 그러므로 이 시를 짓기 오래 전부터 상강 물과는 반대 방향으로 계속 걸어 온 상태이다.
*“봄날이 더디 가는데 흰 쑥을 많이도 캐네.[春日遲遲, 采蘩祁祁]” 이런 시가 《시경》 <빈풍(豳風)>편 <칠월(七月)>에 나온다. ‘봄날이 더디 간다.’에서 ‘더디 간다.’의 ‘지(遲)’와 ‘일(日)’을 합친 ‘지일(遲日)’을 봄날이라는 의미로 쓰는 것이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거저(居諸)’이다. 이 말은 《시경》 <패풍(邶風)>편 <백주(柏舟)> 시에 “해와 달이여 어찌 뒤바뀌어 이지러지는가[日居月諸. 胡迭而微]”에서 온 말이다. ‘일거월저(日居月諸)’에서 거(居)와 저(諸)는 어조사에 불과한데도 나중에 ‘거저(居諸)’를 떼어 ‘일월(日月)’이라는 의미로 쓰면서 ‘세월’이라는 뜻을 담게 된 것이다. 한문을 볼 때 글자나 글을 보고 추정하거나 넘겨짚어서는 안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사례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