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壁精舍還湖中作석벽정사환호중작
<석벽정사에서 무호로 돌아오던 중에 짓다-謝靈運사령운>
昏旦變氣候 혼단변기후
山水含淸暉 산수함청휘
淸暉能娛人 청휘능오인
游子憺忘歸 유자담망귀
出谷日尙早 출곡일상조
入舟陽已微 입주양이미
林壑斂暝色 임학염명색
雲霞收夕霏 운하수석비
芰荷迭映蔚 기하질영울
蒲稗相因依 포패상인의
披拂趨南徑 피불추남경
愉悅偃東扉 유열언동비
慮澹自物輕 여담자물경
意愜理無違 의협이무위
寄言攝生客 기언섭생객
試用此道推 시용차도추
아침저녁 보는 것과 느끼는 게 달라지고
산과 물 맑은 빛을 머금고 있네
맑은 빛 능히 사람 즐겁게 하여
노니는 이 돌아갈 길 잊어버리게 하네
해 뜨기 전에 골짜기 나섰는데
돌아가는 배 오르니 햇빛이 희미하네
골짜기를 나올 때는 조금 이른가 싶었더니
배 위에 올라 보니 날이 이미 저물었네
구름과 놀 저녁안개 거둬들이네
마름과 연꽃에 희미한 빛 번갈아 들고
부들과 피 서로가 기대 있었는데
헤치고 자르며 빠르게 남쪽 길로 와
동쪽 집에 이르러 편안히 쉬네
생각이 담백하여 세상 명리 가벼이 알고
만족한 것 알고 보니 어긋나는 일이 없네
양생의 도 알고 싶은 이들에게 말 전하여
맑은 생각으로 흡족해하며 살아보라 하리라
▶ 石壁精舍(석벽정사): 사령운의 고향 시녕始寧(지금의 저쟝성浙江省 상우현上虞縣) 부근에 있던 서재 겸 수행의 장소를 가리킨다.
▶ 儋(담): 조용하고 편안하다. 쾌적하다.
▶ 暝色(명색): 저녁빛
▶ 夕霏(석비): 저녁안개. 진관 秦觀은 자신의 시 〈泗州東城晩望〉에서 ‘渺渺孤城白水環, 舳艫人語夕霏間(먼 데 있는 외로운 성 강줄기 둘러있고 / 저녁안개 속 뱃전에서 사람소리 들려오네).’이라고 읊었다.
▶ 迭映蔚(질영울): 빛이 번갈아 드는 모양.
▶ 稗(패): 피(벼를 닮은 잡초)
▶ 因依(인의): 기대다. 의존하다. 참조하다.
▶ 慮澹(여담): 생각이 담박하다. 즉 마음이 맑고 욕심이 적다.
▶ 意愜(의협): 만족하다.
▶ 理無違(이무위): 도리에 어긋나지 않다. 여기에서 말하는 도리란 도가의 방임적 이치를 가리킨다.
▶ 攝生客(섭생객): 양생의 도리를 추구하는 사람.
▶ 此道(차도): 앞에 말한 ‘慮澹’과 ‘意愜’ 두 가지를 말한다.
*사영운(謝靈運, 385년~433년)은 중국 동진·유송(宋)의 대표적 山水詩人. 통칭 강락(康樂).
사령운은 경평景平 원년(423) 영가永嘉 태수에서 물러난 뒤 고향인 회계會稽의 시녕始寧으로 내려갔는데 그곳은 증조부인 사안謝安의 고와지처高臥之處로 이름난 곳이었고 조부 사현謝玄이 처음으로 장원을 경영한 곳이기도 했다. 장원의 규모는 매우 커서 남북으로 산 두 개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사령운은 조부의 집이 있는 남산의 반대쪽에 따로 거처를 마련하고
석벽정사라 이름 붙인 서재 겸 수행처도 장만하였다. 시에 나오는 호수는 무호巫湖로 남산과 북산을 이어주는 유일한 수로였다.
이 작품은 사령운이 고향으로 내려가 지내던 원가元嘉 원년~3년(424~426) 사이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귀 아프게 듣고 눈 물리게 읽은 회계會稽의 풍광이야 새삼 말할 것도 없고
‘여담경물慮澹輕物로 표현되는
사령운의 담백한 생각과 물物에 대한 초월의 경지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