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秋(가을)
紗廚寒逼殘宵永(사주한핍잔소영)
부엌에 찬바람 스며들고 아직도 밤은 한참 남았는데
露下虛庭玉屛冷(로하허정옥병랭)
텅 빈 정원에 이슬이 내리니 옥병풍이 더욱 차가워라.
池荷粉褪夜有香(지하분퇴야유향)
연꽃은 시들어도 밤새 향기가 나고
井梧葉下秋無影(정오엽하추무영)
우물가 오동잎이 지니 가을 그림자가 없구나.
丁東玉漏響西風(정동옥루향서풍)
물시계 흐르는 소리가 서풍을 타고 들려오고
簾外霜多啼夕虫(렴외상다제석충)
발 밖에는 서리가 내리고 저녁 벌레소리가 구슬퍼라.
金刀剪下機中素(금도전하기중소)
베틀에 잠긴 명주를 가위로 잘라내고
玉關夢斷羅幕空(옥관몽단라막공)
옥관에서 꿈을 깨고 보니 비단 휘장이 적막하여라.
裁作衣裳寄遠客(재작의상기원객)
인편에 보내려고 님의 옷 지으려는데
悄悄蘭燈明暗壁(초초란등명암벽)
슬픈 등잔불만 어두운 벽을 밝혀주누나.
含啼寫得一封書(함제사득일봉서)
눈물을 머금고 편지 한 장을 써놨는데
驛使明朝發南陌(역사명조발남맥)
집배원이 내일 아침 남쪽으로 떠난다고 하네.
裁封已就步中庭(재봉이취보중정)
옷과 편지 챙겨 놓고 뜰을 거닐고 있자니
耿耿銀河明曉星(경경은하명효성)
반짝이는 은하수에 새벽별이 밝아라.
寒衾轉輾不成寐(한금전전불성매)
찬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落月多情窺畵屛(락월다정규화병)
서산에 지는 달이 병풍 안을 다정하게 엿보고 있구나.